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위장 미혼' 등으로 부양가족 수를 부풀려 최소 35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던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상반기에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를 대상으로 주택청약 실태를 점검했음에도, 이 후보자가 적발되지 않은 것은 이 후보자가 받는 의혹이 부모가 아닌 자녀의 '위장 미혼'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남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4년 8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면적 137㎡에 청약해 5인 가족 만점인 74점으로 당첨됐다. 5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 기간을 유지하고 청약저축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점수다.
원펜타스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로, 청약 당시 이른바 '25억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지원자가 몰렸던 곳이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527대 1로, 전용면적 59㎡ 최고 경쟁률은 1604대 1에 달했다. 김 교수가 당첨된 전용면적 137㎡은 단 8세대 공급돼 경쟁률인 80대 1을 넘었다.
이 단지는 후분양 아파트라 당첨부터 입주까지 몇 개월 안에 잔금을 치러야 해 '현금 부자만 청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후보자 부부는 당첨 두 달 만에 분양가 36억7840만원을 전액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세는 70억원대로, 이 후보자는 3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후보자는 과거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현금 부자들만 로또를 맞는다"고 비판했었는데, 이 단지가 그러한 사례에 딱 들어맞는 곳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이미 혼인해 별도로 전셋집까지 구한 장남을 미혼 상태로 두고, 동일 세대로 묶었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부양가족 수를 부풀리기 위해 장남을 미혼 상태로 둔 것이라면, 전형적인 '위장 미혼'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당시 대대적 단속을 통해 부정 청약 의혹을 적발한 바 있다. 특히 당시 이 후보자 부부가 당첨된 원펜타스에서만 41건의 위장전입이 적발됐지만, 이 후보자 부부의 의혹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감시의 눈을 피해 간 이유로는 우선 부정 청약 조사가 '전수'가 아니라 '표적·선별' 점검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여기에 이 후보자의 부정 청약 의혹이 '미혼 자녀'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위장 미혼'은 적발되는 사례가 극히 적어, 당시에도 국토부 점검이 '부모의 위장전입 의심 사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매번 가장 많이 적발하는 것은 '위장전입' 유형이다. 지난해 상반기 적발된 252건 중 245건이 위장전입이었고, 2024년 상반기에도 127건의 부정 청약 적발 건 중 107건이 위장전입이었다.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부모를 위장전입 하는 사례가 가장 흔하다. 국토부 역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이런 사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 바 있다.
반면 이 후보자 부부가 받는 '위장 미혼' 의혹은 자녀의 법적 신분 자체가 '미혼'이라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자녀의 경우 상대적으로 병원 등 이용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결국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은 자녀의 카드 이용내역이나 택배 배송 이력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강제 수사권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국토부가 발견하기 어렵다.
한편, 이 후보자 측은 장남이 혼인 신고하지 않은 줄 몰랐고, 장남은 평일엔 직장이 있는 세종에 있고, 며느리만 용산 아파트에 살았다고 했다. 또 주말엔 장남 부부가 이 후보자 부부 집에서 함께 지냈다고 해명했다. 주택법상 '위장 미혼' 또는 '위장전입'이 사실로 판명 날 경우, 계약 취소는 물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