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10명 중 6명이 “한국은행이 올해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약 1.8%)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환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해 외환시장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1일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한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묻자 응답자의 30%(6명)가 “내년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25%(5명)는 “추가 인하가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완전히 끝났다고 봤다.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1년 내내 유지될 것으로 본 셈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불안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세도 금리 동결 이유로 제시했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한국수석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호조로 경기가 반등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 전문가도 25%(5명)가 7~11월 등 하반기를 인하 시점으로 제시했다.
"고환율 물가영향, 예상보다 심각"…1월 금리 만장일치로 동결 전망
경제 전문가 20명 전원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대로라면 한은이 지난해 7월부터 다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는 셈이 된다.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제시됐다. 현시점에서 한은이 금리 결정 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변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10명)가 ‘환율 하락 등 외환시장 안정’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도 25%(5명)가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강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전 한은 부총재보)는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경기 대응 측면에선 인하가 시급하다”며 “두 가지 압력을 고려할 때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고환율을 문제 삼는 이유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고환율 영향을 크게 받은 지난해 10~11월 물가 상승률은 2.4%까지 오르기도 했다.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환율의 전이 효과가 예상보다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가격 불균형 등 금융 안정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금리가 적정 수준에 왔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3%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와 물가를 고려한 적정 금리는 연 2.4~2.5%”라며 “부동산 가격의 상방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할 유인이 약하다”고 말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K자형 회복 흐름은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전반적인 성장 여건이 개선됐고 물가 상승률도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경제 전문가 20명이 내놓은 ‘한경 점도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금리 수준은 평균 연 2.44%였다. 지난해 11월 전망한 연 2.35%에서 0.09%포인트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연 2.50%로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은 작년 11월 6명에서 이달 16명으로 크게 늘었고, 연 2.25%로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 전문가는 13명에서 3명으로 급감했다.
연말 금리는 연 2.35%로 소폭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까지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연 2.0%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 전문가는 3명에 그쳤다. 내년 말엔 기준금리가 연 2.20%로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