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과 피지컬 인공지능(AI) 테마의 최종 승자는 결국 테슬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부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매니저는 2017년부터 전기차 펀드를 운용해 온 증권가에서 손꼽히는 전기차 전문가다. 순자산 1조원이 넘는 공모 주식펀드 두 개(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자율주행)를 운용하는 여의도에 몇 명 남지 않은 ‘스타 매니저’기도 하다.
그는 최근 시장을 짓누르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사용자 경험의 불가역성’을 믿기 때문이다. 황 매니저를 만나 올해 전기차 테마 투자 전략을 물었다.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수요 부진) 우려가 강합니다.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다시 한번 바뀌고 있습니다. 7~8년 전 처음 시장이 열릴 때는 ‘내연기관보다 쌀 수 있을까’가 핵심이었죠.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친환경 테마가 붙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캐즘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단순히 가격이 싸다고, 혹은 친환경적이라고 차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겁니다.이제 키워드는 ‘자율주행 유무’로 옮겨갔습니다. 자율주행이 되는 차는 ‘자동차’고, 안 되는 차는 ‘수동차’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이 패러다임 전환이 캐즘을 돌파하는 키 팩터(Key Factor)가 될 것입니다. 올해를 시작으로 전기차 수요가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전기차 구매의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험의 차이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주에 회사 행사차 대관령을 다녀왔는데, 과거였다면 운전이 싫어서 버스를 탔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율주행 기능 덕분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가 드라마틱하게 줄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나 FSD(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를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은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왜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고생해야 하지?’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소비자는 1000만~2000만 원을 더 주고라도 그 기능을 선택하게 됩니다. 내연기관차는 태생적으로 전기차의 자율주행 효율성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결국 자율주행은 전기차만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이고, 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올해 테슬라 실적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미국의 세액공제 중단, Y모델 가격 인하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테슬라는 지금 선택을 한 겁니다. 당장의 이익률보다 ‘트래픽’과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플랫폼 업체들의 초기 성장 전략과 비슷합니다.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로켓배송망을 깔았듯, 테슬라도 전 세계에 FSD를 쓸 수 있는 하드웨어를 깔고 있는 겁니다.마진은 박해질 수 있지만, 일단 FSD 사용자가 늘어나고 데이터가 쌓이면 소프트웨어 매출로 이를 만회하고도 남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사기꾼과 천재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가 제시하는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미래 비전은 결국 이 거대한 데이터 생태계 위에서 구현될 것입니다.
테슬라 역시 완벽한 기업이 아니고, 사이버트럭 같은 '대실패'로 인한 실적의 변동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요한 건 사이버트럭과 같은 개별 제품이 아니라,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로봇(옵티머스)으로의 연결성입니다.
테슬라를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닌 ‘피지컬 AI’ 기업으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영상에서 혁명을 일으켰다면, 테슬라는 그 지능을 물리적 하드웨어에 이식하고 있습니다. 그 진화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겁니다.

펀드에 테슬라 만큼이나 BYD와 CATL, 니오 등 중국 전기차 밸류체인 기업들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명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투자자로서 중국 전기차 기업에 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들은 이미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는 경쟁 상대이자, 너무나도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성장했습니다.중국은 국가 주도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BYD가 과잉 생산으로 저가 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치킨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3~5년만 버티면 경쟁사들을 다 고사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죠.
또한 중국은 개인정보 규제가 거의 없습니다. 자율주행 개발에 가장 필요한 정보는 역설적이게도 주행 자료가 아닌, 사고 데이터입니다. 이런 민감한 비전 데이터를 수집할 수록 자율주행은 고도화 됩니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달리고 또 사고를 내는 시장입니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다시 기술을 발달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고요. 중국 내 전기차 침투율이 60%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거대한 데이터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이 관세 장벽으로 중국을 막고 있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관세로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기술의 효율을 완전히 막기는 힘듭니다. 중국차의 가성비와 효율이 임계점을 넘으면 결국 어디선가 뚫리게 마련입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상위 업체들은 쉽게 망하지 않을 겁니다.CATL 같은 배터리 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가 중국 배터리를 배제하려 해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위 업체들은 구조조정되겠지만, 살아남은 1~2개 업체는 더 강력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한국 2차전지 투자자들은 주가 부진에 시름이 깊습니다. K-배터리 섹터의 올해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적으로 한동안 배터리 투자자들은 마음 고생이 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고가 전략’에 치중해 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저가 경쟁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비싼 배터리를 만들고 있죠. 또한 자체적인 ‘캡티브 마켓(확실한 내부 시장)’이 없다는 것도 디스카운트 요인입니다.결국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다시 올라가며 우리 기업들의 세액 공제 혜택과 수주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다만, 수급상으로 볼 때 유동성 장세가 이어진다면 그동안 소외됐던 2차전지도 한 번쯤 강한 반등 기회가 올 것으로 봅니다.”
포트폴리오 관리자의 입장에서 배터리와 완성차 외에 주목하고 있는 성장 산업은 무엇입니까
에너지저장장치(ESS)입니다. 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입니다. 전기는 저장과 이동이 가장 어려운데, 배터리를 활용한 ESS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최근 수소나 SMR(소형모듈원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결국 ‘전력 저장’ 때문입니다. 특히 수소는 에너지원으로서보다 ‘저장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 따라 ESS 수요는 전기차 못지않게 커질 것입니다.”
테슬라는 극단적인 가격 변동성 때문에 많은 서학개미들이 '애증의 대상'으로 꼽는 종목입니다. 장기 투자자로서 매매 원칙이 있나요?
저는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를 투자할 때는 ‘롱쟁이(상승론자)’가 되라고 말합니다. 여의도에선 투자자를 크게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롱쟁이와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파는' 숏쟁이로 나눕니다.대부분의 투자자는 숏쟁이에 속합니다. 사실 인간의 본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고점에 물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매수에 손이 가기 어렵습니다. 반면 떨어진 종목은 전고점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합니다.
하지만 제가 15년 동안 시장에서 배운 것은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고, 그 모멘텀은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이나 코인도 결국 오를 때 과감히 올라탄 사람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과거의 가격에 얽매이지 말고, 현재 시점에서 이 자산이 왜 오르는지, 그 ‘트리거’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확신이 있다면 고점 우려를 딛고서라도 비중을 실어야 합니다.
팔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주는 결국 '백번 흔들리며 피는 꽃'입니다. 시장을 매일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투자자라면 모르겠지만,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시장 변동성에 모두 노출될 필요도 없습니다. 테슬라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과감하게 비중을 정리하고, 다시 반등할 때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을 지키고 있습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