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친미·친일 기조에서 벗어나 중립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이러한 한국의 태도 변화를 이용해 한일 분열을 꾀하고 있다며, 오는 13~1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1일 한일 양국에 대해 "강대국의 힘을 바탕으로 자국 중심의 외교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과 중국에 휘둘리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부각시키고, 이웃 국가 간 결속력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온 배경에는 격화하는 중일 갈등 속 이 대통령의 방일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뤄진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급격히 밀착하려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에 외교 기조까지 짚었다. 신문은 이 대통령에 대해 "일본과 대립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진보 계열"이라며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달리,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고수한다"고 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이 한일 관계를 분열시키려고 했다고 분석하면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관계 유지를 부각해 중국의 의도를 깰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신문은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관계 유지 의지를 분명히 해 중국의 의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중국의 분열 공세를 물리쳐야' 제하 사설을 내고 시 주석이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역사 문제를 거론했지만, 이 대통령이 중일 대립과는 거리를 두려는 자세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1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일, 한미일 협력이 평화와 안정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수도가 아닌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혼슈 서부 나라현에서 열리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닛케이는 "지방 도시에서는 정상 간에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쉽다"며 "친밀한 교류로 개인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케이는 일본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에 양자 회담을 목적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했던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일례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6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에서 회담한 것을 들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