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는 당신의 생애에서 정점을 찍을지도 모른다.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2023년 9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인구경제학자 딘 스피어스와 마이클 제루소의 글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칼럼에 달린 댓글이 1800개가 넘어갔고 신규 등록을 잠가뒀을 정도다. 독자 의견 코너에는 반박 글이 실렸다. 인공 자궁 등 신기술이 상황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남아 있고, 기후 위기 측면에서는 인구 감소를 마냥 비관할 수 없다는 의견 등이다.두 저자는 <인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를 통해 다시 한번 인구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집요하게 논증한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현재 82억 명인 세계 인구는 이르면 2060년, 늦어도 2080년 사상 최대치인 100억 명에 도달한 뒤 급감한다. “인구 대감소는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해법이 아니다. 수적으로 줄어든 사람들에게 세계의 공급이 고루 배분됨으로써 삶의 질이 올라가지도 않는다. 정반대로,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진보의 대부분은 크고 서로 연결된 사회에서 생겨났다.”

저자들은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구경제학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들이다.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해 “우리의 통념을 볼링핀처럼 쓰러뜨린다”고 평했다. 책은 ‘인구 회복’이라는 목표 역시 쓰러뜨린다. 각종 통계를 기반으로 도출한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인류 앞에는 두 가지 미래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인구가 수십 년 안에 약 100억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감소하기 시작해 끝까지 줄어들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비슷한 정점 규모에 도달했다가 감소하지만 결국은 인구가 안정돼 출생자와 사망자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미래다. 후자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세계 인구를 정적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를 ‘인구 안정화’라고 표현한다. 다만 이상적인 안정화 지점, 특정 인구 수를 점찍는 일은 “오늘날의 사회과학이나 기후과학, 그 어떤 과학의 깜냥도 넘어선다”며 피해 간다.
인구 안정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논하기 위해 출생률 저하의 이유에 대한 통념을 논박한다. 임금 격차, 복지 수준, 여성의 사회 진출 수준, 페미니즘 그 어떤 것도 출생률 저하와 간단명료한 인과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든다. 그리고 한국은 결코 페미니즘 천국이 아니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크다. 여러 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다.”
‘부모 노릇의 기회비용’을 낮추기 위해 온 사회가 합심해야 한다는 책의 결론은 다소 허망하지만 부정하기 힘들다. 한국 사례가 곳곳에 등장해 한국 독자의 공감과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들은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 기념 서문에서 “한국은 세계 인구 변화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저출생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도 산과 의료 체계 붕괴, 돌봄 공백 문제 앞에 속수무책이다. “누군가 자녀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기로 선택했을 때 우리는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가족을 선택하거나 자녀를 낳는 것이 힘들어진다면 우리 모두 집단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