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절반 정도 면적에 이르는 한 대형 매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TV 제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가전제품이 진열된 공간 맨 앞줄 중심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콤보',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 세탁건조기가 방문객을 맞이했다. '톱 로드' 형태의 '비스포크 AI 세탁기'도 옆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약 10~20분 거리에 있는 대형 가전 매장 '베스트바이'는 10일(현지시간) 신기술 수용도가 높은 자사 고객들을 위해 현지 대표 AI 가전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제품들을 전면 배치했다.
베스트바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정보기술(IT) 전문 유통 체인이다. 기술 선도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수준 높은 컨설팅을 제공해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만 1000여곳에 이르는 매장을 두고 있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베스트바이를 주로 찾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찾은 매장의 경우 최신 기술, 프리미엄 가전에 특화된 전시공간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를 통해 발표된 신제품들이 이 매장에 우선 진열된다.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매장엔 삼성전자 브랜드 쇼룸이 별도로 조성돼 있다. 삼성전자와 베스트바이가 전략적 협력에 따라 '숍 인 숍' 형태로 전용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2016년 처음 출시한 대형 스크린을 갖춘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포함해 스마트싱스 기반의 연결 가전, 첨단 기술 선도형 스마트·AI 가전을 전시해 왔다. 베스트바이 매장 내 삼성전자 브랜드 쇼룸이 조성된 곳은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휴스턴 등 150여곳에 이른다.
라스베이거스 매장 쇼룸엔 9형·32형 패밀리허브 냉장고, 미국 시장에 특화한 슬라인드 인 레인지와 더블 오븐, 세탁·건조기 제품들이 진열된 상태다. 쇼룸 바로 옆으로는 베스트바이 전문 컨설턴트들이 AI 가전을 체험 위주로 설명하는 공간이 있다. 이 매장 직원인 그레이스 살라스는 "예전에는 AI 가전을 사용하기 까다롭거나 어려운 제품으로 인식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요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확실히 AI에 대해 익숙하다"며 "새로운 AI 기능에 대해 묻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싱스와 연결하면 에너지 절감도 되고 사용 편의성도 커지는 부분에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 내 스마트싱스 사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810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는 '스마트싱스 에너지'였다.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해 총 1.6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에너지를 절감했다.
마이클 맥더못 삼성전자 미국법인 CE부문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소비자들은 AI 기능 중에서) 세제 자동 투입 기능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라"라며 "직접 세제를 넣으면 너무 많이 넣거나 세제 잔여량이 많아 다시 세탁해야 하는데 그런 번거로움을 없애기 때문에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데이코'도 이 매장에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AI 가전뿐 아니라 데이코 제품을 앞세워 베스트바이를 찾는 현지 프리미엄 가전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월풀·GE 등 전통 가전 강자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본고장에서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미국·유럽·아시아 등 30개국 4만9600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 결과 냉장고·세탁기 부문에서 각각 선두를 달렸다.
소비자만족지수협회(ASCI)가 주관하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선 전체 가전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지 시장에 특화된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 성과다. 미국은 다른 지역보다 주거공간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또 외식보다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것을 선호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 쓸 수 있는 대용량·고성능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춘 현지 특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삼성전자는 2003년 베스트바이와 협업해 자사 최초 스크린 냉장고 제품인 '홈패드 냉장고'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가족과 식탁에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는 미국 가정 문화를 고려해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을 갖춘 냉장고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의 경우 지난해 미국 주택 구조를 고려한 벤트 타입을 추가로 출시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비스포크 AI 콤보 판매량은 전년보다 70% 이상 늘었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부문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절반을 넘는다. 경쟁사들엔 없는 벤트 타입 제품을 출시한 효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AI 가전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올 2분기엔 조리기기 신규 제품군을 출시한다. 미국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선호하는 스테인리스 마감 수준을 한층 높인 제품을 선보인다. 미국 내 전략 상품으로 꼽히는 비스포크 AI 콤보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기대작 중 하나다.
맥더못 부사장은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를 묻는 말에 "CES에서 봤던 오염물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는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들을 올해 하반기 정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답했다.
맥더못 부사장은 "첨단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연결성, 제품 신뢰성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가전이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개별 제품의 편의성을 넘어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AI 제품 솔루션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