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입사가 훨씬 빠른데. 아내 연봉이 더 높아요."
지난 2일 신설된 재정경제부의 한 과장은 웃으며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부인 연봉의 상승 곡선은 본인보다 가팔랐다고 한다. 박한 연봉에 쌓이는 업무에 공무원들의 푸념은 이어진다. 이들의 고민은 최근 A과장의 사의 소식과 함께 더 깊어졌다. 그는 올해 재경부(전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오른 조세정책과장으로 조만간 이직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예산실의 ‘에이스’로 꼽히던 B사무관이 로스쿨 진학을 위해 돌연 사표를 냈다. 수능 만점자라는 이력까지 더해지며 관가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이처럼 공직사회를 등지는 공무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800명 이상이 민간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업·기관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 심사를 신청한 퇴직 공무원은 890명으로 이 가운데 92%인 819명이 취업 승인 판정을 받았다. 취업 승인 기준으로 2023년(887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다. 2020년(761명), 2021년(749명), 2022년(744명) 등 예년에 비해서는 많은 수준이다.
최근 5년(2021~2025년) 동안 민간으로 이직한 공직자는 3961명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퇴직 후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하려면 사전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은 지난해 기준으로 2만4591곳이다.
그동안 경찰청, 검찰청, 국방부, 국세청 출신 공무원의 민간기업 이직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핵심 경제부처 공무원의 이직도 적잖다. 이들 부처의 젊은 사무관들은 주로 로스쿨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잖다. 지난해 재경부의 사무관 2명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앤드컴퍼니(맥킨지)로 이직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6월에는 재경부 서기관 팀장이 쿠팡으로 이직한 바 있다.
낮은 보수와 업무 과중이 이탈의 배경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진단이다. 여기에 경제부처의 경우 ‘인사 적체’라는 구조적 문제도 크다. 한 재경부 과장은 "다른 부처의 행시 기수 동기는 국장으로 승진한 사례도 적잖다"며 "같이 부처 합동 회의를 하면 기분이 가끔 묘해진다"고 말했다.
세종 부처 근무자들은 국회와 서울청사를 찾아 출퇴근하면서 쌓이는 피로도가 높다. 다른 재경부 과장은 "매일 새벽에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가끔 입석일 때도 있다"며 "국회 업무 때문에 서울~세종 왕복을 두 번 하는 날이 많은데 그때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세종에 갇혀 있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줄도 모르겠다”며 “이게 과연 우리 경쟁력을 쌓는 길인지 고민된다”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