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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문 뺨치는 생활통지표…'활동적'의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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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문 뺨치는 생활통지표…'활동적'의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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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조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됨.”

    초교 교사 A씨가 최근 챗GPT 기반 ‘초교 행발(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생성기’에 주의가 산만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키워드를 입력하자 이런 답변이 나왔다. 챗GPT가 긍정적이면서도 완곡하게 표현을 윤색해줬기 때문이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졸업과 방학 시즌을 맞아 자녀의 학교생활통지표를 받아든 초등생 학부모들이 이를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맘카페에서는 “통지표를 해석해 달라”는 글이 쏟아지고, 일부 학원에선 ‘학교생활통지표 해석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다.

    ‘수우미양가’로 평가되던 교과평가 단계는 △매우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으로 단순화됐다. 학교 생활을 통해 발현되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부문에서 살펴봐야 하지만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솔직하게 기록하기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은 최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2025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는 이 항목에 대해 “학생의 성장 정도, 특기사항, 발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한다”며 “다만 학생의 부정적인 행동 특성을 입력하는 경우에는 변화 가능성을 함께 입력한다”고 돼 있다.


    주의가 산만하면 “호기심이 풍부하고 다양한 자극에 반응한다”, 학습 능력이 부족하면 “개별 지도가 병행될 때 학습효과가 높아진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A씨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해서도 최대한 완곡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의심되는 학생도 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의 민원도 영향을 미쳤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아이가 상처를 받았다” “집에서는 안 그런데 선생님이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민원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학부모 B씨는 “이전까지는 늘 좋은 말만 적혀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인 뉘앙스의 의견이 일부 적혀 있었다”며 “혹시나 추후 입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돼 교사에게 연락을 해야 할 지 고민했다”고 했다.



    김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성장중심형 평가를 하면서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줘서 ‘잘함’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보통’ 평가가 나오면 학부모들이 학교로 전화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칭찬 일색의 학교생활통지표가 학생 개개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부모가 몰랐던 재능을 발굴해주기도 하고, 반복되는 문제 행동이 있다면 이를 교정하는 것이 교사의 교육적 역할”이라며 “통지표는 상급학교 진학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만큼 반복되는 문제 행동에 대한 언급이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교정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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