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정권 이양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충격적인 작전 후 일단 한발 물러섰다. 마두로 정권 이인자인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 측의 희망대로 움직인다면 미군 주둔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이 적지 않아서일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뒷배’인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법 위반”이라며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주권국가에 무력을 사용하고 지도자를 체포한 만큼 논란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국민 인권을 침해하고 억압해 온 독재정권의 종식을 환영하는 나라도 적잖다. 독재자가 자초한 결과라는 얘기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이어 2013년부터 집권 중인 마두로는 공포정치와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연장하며 ‘석유 부국’이던 나라를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극빈국으로 전락시켰다. 무더기 체포를 자행한 강권 통치로 반대파의 입을 틀어막았다. 우리 정부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이번 마두로 체포는 특히 북한 김정은에게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어제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다르다’는 무력 시위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방문 날이었던 만큼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중남미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가 경종이 되면 다행이지만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핵 집착을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려는 움직임 역시 빨라질 수 있다. 오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의 핵 폭주를 막을 깊이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