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를 앞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가전·모빌리티·로보틱스·헬스케어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을 앞세우면서 한층 더 고도화된 기술경쟁이 예고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CES 2026'이 이달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CES는 '혁신가의 등장'이란 주제로 오는 6~9일(현지시간) 진행된다.
지난해 1월 열린 CES 2025에선 'AI의 보편화' 물결이 포착됐다. AI 기술은 2024년에도 이미 주류였는데 이를 더 폭넓게 활용하는 핵심 기술들이 지난해 CES에서 강조됐던 것이다. CES 혁신상 기준 AI 분야 수상 건수는 2024년 37개에서 지난해 55개로 늘었다. 비중을 보면 7.1%에서 12%로 확대된 셈이다. 챗봇을 넘어서는 'AI 에이전트', 반도체 고도화에 따른 '온디바이스 AI' 확대도 전면에 등장했다.
CES 2026은 AI 보편화 이후의 흐름을 보여줄 전망이다. 딜로이트는 보고서 'CES 2026 프리뷰'를 통해 CES 2025 이후 'AI와 전 산업의 융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이 CES 2026에서 더 뚜렷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경쟁이 서비스에서 전력·데이터 등 인프라로 이동하고 풀스택 인프라 패키지·물리적 공장 등으로 확장된다는 점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올해 CES에서도 한 축을 맡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피지컬 AI 융합 기술 전시'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도 이번 CES가 'AI·헬스케어·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기업간거래(B2B) 산업 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시 구성도 '산업 적용'에 공을 들이는 식으로 재편됐다. CES 2026에는 모빌리티 전용 무대뿐 아니라 양자 산업 적용을 논의하는 '퀀텀 월드 콩그레스 프로그램', 지속가능성 트랙에서 독립한 기술과 인류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그레이트 마인즈 세션'이 신설됐다. 딥테크 전용 공간 'CES 파운드리'는 AI·블록체인·양자기술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전환 속도'가 관전 포인트다. CES 2025 당시 자동차는 AI·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자율주행·커넥티드로 혁신의 방향이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줬다. 국내 생태계의 경우 소프트웨어·반도체·센서 등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월 CES 2025 직후 낸 보고서를 통해 "이들 분야에 대한 경쟁력 강화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ES 2026에선 SDV가 'SDV+AI OS'로 확장되면서 도시 인프라와도 결합하는 '플랫폼·생태계 오케스트레이터' 논의가 전면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틱스는 '단일 기기'에서 '현장·일상 적용' 부문으로 확장한다. CES 2025 때만 해도 가정용 로봇의 취약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다수의 헬스케어·재활 혁신상을 받으면서 산업화 가능성이 부각됐다. CES 2026은 AI 결합 로봇이 서비스·제조·의료로 확장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장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초개인화 헬스케어'에 관심이 집중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웰니스를 넘어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칠를 지원하는 능동적 AI 기반의 초개인화 헬스케어로 진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양자 분야는 'CES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라선다. 삼일PwC는 CES 2026 핵심 기술 트렌드를 AI·로보틱스·모빌리티·디지털헬스·양자 등 5개로 전망했다. 실제 CES에선 별도 콘퍼런스로 양자 산업 적용이 논의된다.
전시장 밖에선 '네트워킹'의 무게가 커진다. 전체 참가기업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한 중국이 생태계를 강화하고 전시 종료 이후 비공개·유료 네트워킹에 집중하는 흐름을 포착돼서다. 국내에선 코트라가 38개 기관·470개사 규모의 통합한국관을 운영한다.
글로벌 주요 기업 경영진이 나설 무대도 주목된다. CES 기조연설을 맡은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롤란드 부시 지멘스 CEO, 양 위안칭 레노버 CEO, 조 크리드 캐터필러 CEO 등이 무대에 올라 AI 기술 기반의 산업 혁신 사례와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삼정KPMG는 "(CES 2026은) AI 필두의 신기술을 토대로 기업 현장과 소비자 생활이 혁신되어 가는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AI 관련 AI 에이전트, 온디바이스 AI 외에도 피지컬 AI, 버티컬 AI가 CES에서 부각되고 모빌리티·디지털 헬스·라이프스타일 테크 등 참여 산업 생태계가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CES엔 전 세계 160여개국에서 4300여곳에 이르는 기업이 참가한다. 한국은 전체 참가국 중 두 번째로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CES 최고혁신상 30개 중 15개는 한국 기업 제품이 차지했다. 참가자 수는 약 14만명에 이른다.
킨지 파브리지오 CTA 회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CES에서 실물과 디지털 사이 융합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