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언론사 등이 허위조작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통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한국과 미국의 외교 및 통상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기업)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을 대단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며,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명에는 “한국 측에 신중한 고려를 촉구한다”는 표현도 포함됐다.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30일 SNS에 정보통신망법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성명을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입장에서 이 법은 온라인 콘텐츠 규제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과 배치된다고 분석했다. 법 개정안에 포함된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 조항이 메타와 구글 등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벤치마킹해 플랫폼 사업자에 불법·허위정보 규제 의무를 부과했다. 플랫폼 기업이 폭력·차별을 선동하는 불법정보와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막아야 하는데,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DSA 제정을 주도한 EU 인사 5명을 비자 발급 제한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이현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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