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연말 기준 달러 대비 엔화값은 5년 만에 상승했다. 달러 신뢰도가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엔화가 부상했다. 엔화는 그러나 달러 이외 통화 대비로는 약세다. 엔고로 전환은 아직 멀었다는 진단이다. 올해는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진행될지에 엔·달러 환율이 좌우될 전망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5시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5엔97전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시점 달러당 157엔89전과 비교하면 2엔가량 엔고로 움직였다. 연말 기준 전년 대비 엔고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리스크 회피성’ 엔고를 나타낸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에는 달러 약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시장은 달러 매도로 반응했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4월22일 연중 최저치인 달러당 139엔대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값이 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게도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달러 신뢰도가 흔들렸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 많은 선진국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상승했다.
엔화도 달러 대비 올랐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10개 통화 그룹 ‘G10’ 내에서는 열세다. 엔화는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 대비 하락했으며, 유로 대비로는 작년 12월 유로당 184엔대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스위스 프랑 대비로도 크게 떨어져 1982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1년부터 이어지는 엔저 국면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상했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를 넘어서며 27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국채값이 떨어진 것이다. 미·일 장기금리 차이도 2024년 말 3.5%포인트 정도에서 2%포인트 안팎으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엔고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 재정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 당선 전 달러당 147엔대와 비교하면 현재 달러당 9엔 정도 엔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본은행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 정부가 재정이라는 액셀을 밟아 인플레이션율이 고공행진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에 올해 12월에는 달러당 160엔까지 다시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일본은행의 금리는 당분간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밑도는 완화적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올해 엔화값이 달러 대비 상승할지는 미국의 금리 정책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더 내리지 않으면 엔화값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주요 의견은 변수다. 일본의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 ‘단연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일본의 금리 인상이 조기에 이뤄지면 급격한 엔고가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