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올리언스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폭염 속 에어컨 고장으로 하룻밤 묵기 위해 집 근처 ‘메리어트 페어필드 인’을 예약했지만, 체크인 과정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이유는 체크인 시 제시한 신분증상의 주소지가 호텔 인근이라는 것이었다. 호텔 측은 “현지 거주자는 투숙할 수 없다”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일부 가맹 호텔들이 시행 중인 ‘현지인 투숙 금지(Local Guest Ban)’ 정책이 이용자들의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호텔이 먼 곳에서 온 여행객만 환대하고, 정작 가장 가까운 이웃은 ‘잠재적 트러블 메이커’로 규정해 배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야후 파이낸스와 현지 여행 전문지 등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주로 미국 뉴올리언스 메테리 지역의 ‘페어필드 인 & 스위트’ 등 메리어트 프랜차이즈 호텔들이다. 이들은 체크인 시 고객의 신분증 주소지를 확인해 호텔 기준 50마일(약 80km) 이내에 거주하는 ‘로컬’일 경우 예약을 강제 취소하거나 입실을 거부하고 있다.
호텔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관리 효율성’이다. 이들은 로컬 투숙객이 방을 빌려 대규모 파티를 열어 소음을 일으키거나 기물을 파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또한 마약 거래 등 불법 행위 장소로 악용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논리다. 특히 미국 일부 지역에서 현지 거주자가 30일 이상 머물 경우 사실상의 ‘세입자(Tenant)’ 권리를 얻게 되어, 호텔 측이 이들을 강제로 내쫓기 힘들어지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

문제는 이 정책이 ‘도끼로 파리 잡는’ 식의 과도한 규제라는 점이다. 메리어트의 충성 고객인 ‘본보이(Bonvoy)’ 엘리트 회원들조차 예외 없이 거부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 수리나 부득이한 가정 사정, 혹은 단순한 도심 휴식(Staycation)을 위해 호텔을 찾는 선량한 이웃들까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셈이다.
비판의 화살은 메리어트 본사로도 향하고 있다. 메리어트 측은 “해당 정책은 본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별 프랜차이즈의 결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름을 걸고 운영되는 호텔에서 이런 차별적 행위가 방치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브랜드 가치가 추락했다”며 불매 운동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메리어트뿐 아니라 힐튼, 햄프턴 인 등 다른 대형 체인의 가맹점에서도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미국 내 사회적 이슈로 번지는 모양새다.
이 사건은 한국의 ‘노키즈존’이나 ‘노실버존’ 논란과도 닮아 있다. 특정 집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해당 집단 전체의 출입을 막아버리는 ‘편의주의적’ 대응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도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차별이 법적 보호 대상(인종, 종교 등)에 포함되지 않아 ‘합법’이라는 판결이 많지만, 서비스업의 본질인 ‘환대(Hospitality)’ 정신에는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호텔 업계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객을 골라 받는 방식이 당장의 비용은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