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 신약을 개발하는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은 이수재 대표(61)가 2021년 11월 설립했다. 이 대표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와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하며 학문적 기반을 쌓았고, 분자암학회, 암줄기세포연구학회, 방사선생명과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학문 발전을 주도한 연구자 출신 경영인이다.
“연구실에서만 머물던 아이디어를 실제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구현하고 싶었다는 저의 소망은 곧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대표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로서 연구개발과 기업 운영을 동시에 이끌며,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을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대표 아이템은 인간 단일클론항체 기반 신약 ‘FB-101’이다. 표적은 특발성 폐섬유증(IPF)으로, 이 질환은 진단 후 5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지금까지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치료제는 없다.
현재 허가된 치료제는 로슈의 피르페니돈(Esbriet)과 베링거인겔하임의 닌테다닙(Ofev) 두 가지뿐이다. 이 약제들은 FVC(Forced Vital Capacity, 노력성 폐활량) 감소를 지연시키며 질병 진행을 늦추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잦아 환자의 절반가량이 치료를 중단하고 있어, 궁극적인 치료제라기보다 진행 억제제에 가까운 실정이다.
“기존 치료제들은 단순히 병의 속도를 늦추는 데 불과하지만, 우리는 질병 자체를 되돌리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FB-101은 발병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가역적인 치료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FB-101은 긴 반감기를 가져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어 환자의 편의성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FB-101이 주목받는 이유는 섬유증의 발병과 진행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표적, CSF3(Granulocyte Colony-Stimulating Factor 3)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CSF3의 역할은 그동안 주로 조혈세포 생리와 면역반응 조절에 관여하는 인자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우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CSF3는 단순한 조혈 성장인자를 넘어, 폐섬유증을 포함한 섬유증 발생의 상위 조절자(upstream regulator)로 작용하는 것이 밝혀졌다.
CSF3는 섬유증의 핵심 유발인자인 TGF-β 경로를 활성화하는 상위 인자로 작동한다. 즉, CSF3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TGF-β가 증폭적으로 활성화되며, 이는 콜라겐 침착·섬유아세포 활성·조직 경화를 유발하여 IPF 진행을 가속한다. 기존 개발 약물들이 TGF-β의 하위 경로나 콜라겐 분해에 집중했지만, FB-101은 TGF-β 증폭을 일으키는 CSF3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근본적·가역적 치료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섬유증의 주요 유발 인자인 TGF-β 신호 하위 경로를 차단하는 후보물질들이 임상 2상, 3상에 진입해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콜라겐 분해 기반의 단순 증상 완화 접근에 머물러 있다. 이는 본질적인 질병 억제와는 거리가 멀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의 FB-101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질환의 근본 상위 조절 경로를 겨냥해, 발병 자체를 차단하고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개발하고 있는 항체 신약인 FB-101은 단순 억제가 아니라 섬유증 자체의 발현과 진행을 되돌릴 수 있는 기전을 갖췄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확실한 효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First-in-Class이자 Best-in-Class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폐섬유증 치료 전략은 주로 TGF-β 경로나 그 하위 신호전달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TGF-β를 직접 억제하는 접근법은 심각한 부작용의 발생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CSF3 억제를 통해 섬유화된 조직을 정상 조직 구조로 회복시키고 폐포 및 혈관의 구조적 완전성을 복원해 치료적 유효성을 입증하였습니다. 이는 TGF-β 경로 자체를 직접적으로 표적하는 기존 접근법과는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폐섬유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은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연구를 논의 중이며, 라이선스 아웃(L/O)을 중심으로 한 사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연구 성과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파트너십과 기술 이전을 목표로 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서 질병 치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초기에는 엔젤 투자와 VC 자금으로 회사를 출발시켰고, 동시에 국가 과제를 통해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정부의 R&D 지원과 민간 투자자들의 후원은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은 2025년 6월 마무리된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는 약 68.7억 원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항체의 약리 시험과 CMC(원료의약품 및 제제 개발) 과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시리즈B 투자를 준비 중으로, 연구개발 및 임상 진입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 후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연구실에서만 머물렀던 아이디어와 기술을 실제 치료제로 구현되어 나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며 “단순한 학술 연구를 넘어서 실제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사명감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또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실제로 그것이 현실화하여 가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의 단기 목표는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안정적인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FB-101의 임상시험 진입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제약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섬유증과 암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에프엔씨티바이오텍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창업도약패키지는 창업 3~7년 된 도약기 창업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최대 2억원의 사업화 지원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진흥원 지원사업이다. 스타트업의 경영 진단 및 개선, 소비자 요구 및 시장 환경 분석, 투자진단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설립일 : 2021년 11월
주요사업 : 항체 신약 개발
성과 : 2024 KHIDI-AMGEN Golden Ticket 2024 선정, 2025.05.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2024.10 국가신약개발사업 후보과제 선정, 2024.01 바이오아이코어사업 글로벌 창업팀 선정, 2022.11 민관공동 창업자 발굴육성사업 선정, 2022.07 중소벤처기업부 TIPS 프로그램 선정 및 졸업, 2022.05 국가신약개발사업 선도과제 선정, 특허 등록 6건, 출원 23건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