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는 당초 걱정한 것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엄 사태와 정치적 혼란을 딛고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신속하게 상황을 수습하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잘 마무리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 속에 수출은 사상 최초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코스피지수는 75% 급등하며 4000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거듭한 집값과 환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8.48%로, 19년 만에 최고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고 상승률(2018년 8.03%)을 넘어섰다. 148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정부 개입으로 작년 한 해를 1439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평균 환율은 1421원97전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보다 높았다.
집값과 환율은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대책과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 대책은 일시적인 주택 수요 억제책에 불과하다. 또한 9·7 대책은 구체적 공급 방안이 부족했다. 당정은 획기적인 공급 대책을 작년 말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어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13만 가구 공급 방안을 발표했을 뿐이다. 본 대책 발표는 연초 이후로 미뤄졌다. 환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학개미 양도소득세 감면과 증권사 마케팅 중단 압박은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 미국 투자 등을 위해 달러가 필요한 기업들의 환전을 유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계속 동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금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집값과 환율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용적률·건폐율 상향 등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유휴지 활용과 같은 곁가지 대책으로는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고환율 문제의 원인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저성장과 내수 부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연 4%의 성장률을 보이는 미국과 1%대에 머무는 한국만 놓고 보면 어느 나라가 더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금세 알 수 있지 않은가. 기업 규제 완화와 산업 재편을 통해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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