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사법연수원 13기)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20기)이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비상계엄과 탄핵 등 헌정 위기를 거친 지난해를 성찰하며 법치주의 수호와 국민 신뢰 회복을 새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두 사법기관 수장은 공히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이라는 헌법 정신을 강조하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을 통해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대법원장 "신속·공정 재판으로 헌정질서 회복"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5년 우리 사회는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엄중한 국면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금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법원과 재판을 향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한층 더 높아졌다"고 밝혔다.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굳건히 지키는 한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헌정 질서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왔다"면서도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주요 과제로 회생법원 확대와 전자소송 시스템 고도화를 제시했다. 조 대법원장은 "서울·수원·부산 회생법원에 더해 대전·대구·광주 회생법원이 추가로 개원한다"며 "최근 경제 위기 여파로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과 개인에게 신속한 회생과 자립의 기회를 더 넓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는 2025년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과 형사전자소송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조 대법원장은 "임대차 분쟁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법적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는 재판부를 시범 운영하는 등 국민이 일상에서 변화와 개선을 체감할 수 있는 재판과 사법제도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수렴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법제도가 개편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사법 협력도 강화한다. 조 대법원장은 "2026년 9월 개최하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연대와 협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헌재소장 "국민 기본권 보장에 더욱 깊이 고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2025년은 우리 사회가 헌법의 의미를 다시 깊이 생각하고 국민 모두가 그 무게를 온몸으로 절실히 느낀 한 해였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준엄한 정신이 우리 삶 속에서 끊임없이 확인되고 실천되어야 할 고귀한 원칙임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헌법재판소가 행사하는 모든 권한은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비롯된 소중한 책무"라며 "헌법재판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도록 헌법이 부여한 소명을 굳건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한 갈등과 정서적 양극화를 우려하며 "서로 다른 다양한 헌법 가치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더욱 깊이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헌법재판의 투명성과 접근성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헌법재판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그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국민께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헌법 교육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헌법 교육에 대한 국민 요구가 크게 늘어난 만큼, 더 많은 분들이 헌법을 배우고 그 가치를 일상에서 누릴 수 있도록 교수 등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