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셀프 조사' 의혹을 제기하는 국회를 향해 "왜 한국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 않느냐"며 분노했다.
로저스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쿠팡 내부에서 유출자에게 접촉하고 그 사람의 진술을 받고 조사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의에 "정부 기관이 저희에게 지시했고, 저희는 그 지시를 따랐다. 한국 국민들도 이를 알아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 쿠팡 내부에서 실제로 유출자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것이 누구냐는 김 의원의 정정 질문에도 "정부 기관이 지시했고 저희는 그것을 따랐을 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국 국민들이 이 정보를 아는 것을 원치 않느냐. 왜 정보를 국민에게 감추느냐.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문회 위원들이 로저스 대표의 답변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민희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로저스는 계속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그러자 최 위원장은 "쿠팡이 대한민국 정부까지 끌어들여서 간 크게 진실게임으로 몰아가려는 돼먹지 않은 전략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정말로 그냥 두면 안 되겠다.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하는 것이냐. 쿠팡은 경영을 이렇게 하느냐"며 맞섰다.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하고, 유출자 진술과 저장 장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출자 컴퓨터에 저장된 고객 정보가 3000건으로 제한됐으며 이는 외부로 유포되거나 판매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사 주체인 경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와 관련해 쿠팡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쿠팡이 사태를 축소하기 위해 셀프 조사를 진행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날 로저스 대표는 재차 "자체 조사가 아니고, 정부의 지시에 따라 진행한 조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정부 부처와 협력했느냐는 질문에는 "국가정보원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구와 소통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을 소통한 관계자의 이름을 제공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해당 기관에서 (조사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보 유출자에게 연락하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면서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관련 법에 따라 기관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이해하고 유출자를 중국에서 만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관에서) 포렌식 복사본을 만들어서 전달해 달라고 해서 기관에 이를 전달했고, 원본은 경찰에서 가지고 있다"며 "포렌식 분석은 저희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쿠팡 측에서 자체 조사를 정부 기관의 지시를 받았고 그 지시에 따라서 자체 조사한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의 어떤 기관도 쿠팡에 자체 조사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청문회 초반에는 동시통역기 사용을 두고 위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최 위원장은 "지난번 통역 때 로저스 대표가 대동한 통역사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윤색해서 통역해 동시통역기를 준비했다"며 이를 착용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제 통역사의 대동을 허락받았다"며 거부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를 존중하고 법체계를 존중하면 동시통역기를 착용하라"고 말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이의제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거부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