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미취업 청년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시장 인식 설문 조사 결과는 65세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청년층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노동계는 20대 청년 대다수도 정년 연장을 찬성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설문 결과는 정반대였다. 응답자의 67.8%가 청년층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 추진 시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답변을 보면 청년들의 정년 연장 관련 생각을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생산성 개선 및 청년 일자리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응답이 33.0%로 가장 많았고 기업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추진(28.1%), 성과에 기반한 탄력적인 임금체계로 개선(22.0%) 등의 순이었다. 반면 60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전면적 정년 연장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청년들은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에 부정적이며 정년 연장을 추진할 때는 청년 일자리 확보 방안, 기업 자율성, 임금체계 개편 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년들의 이런 반응은 정년 연장과 관련해 우리가 그동안 지속해서 지적해온 내용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 표현대로 “연공형 임금체계, 고용 경직성, 60세 정년이 맞물린 상황에서 정년 연장만으로 고령층 계속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청년고용 위축 등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고령층 계속 고용 문제를 일찌감치 연착륙시킨 일본 사례다. 일본은 서두르지도, 일방적이지도 않았다. 65세 ‘고용 확보’는 노력 의무화부터 법정 의무화까지 12년간의 합의 과정을 거쳤다. 법정 의무화의 방법도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세 가지를 놓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직무급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재고용 과정에서 20~40%의 임금 조정도 이뤄졌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는 청년들이 일본식 점진적 계속 고용제를 합리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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