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 중인 유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가자 전쟁이 쉽사리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해를 넘겨서도 종전과 휴전에 이를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상 하루만에 ‘푸틴 관저 공격’ 논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관저에 대한 드론 공격 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현지 기자에게 우크라이나가 노브고로드주에 있는 푸틴 대통령 관저에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대통령 사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전 협상 타결에 95% 이르렀다”고 밝힌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푸틴 공격’ 의혹을 주장하면서 선을 긋는 모양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동안 드론 공격이 시도됐다며 사상자 등 피해는 없었지만, 우크라이나가 ‘테러 정책으로 전환했다’면서 협상에 대한 러시아 입장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보복 공격 대상과 일시도 결정됐다고 전했다.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러라고에서 취재진에게 “(공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공격에 대해 직접 들었다며 “매우 화가 났다”고 했다. 또 “지금은 그런 짓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날 발표와 달리 양측 간 이견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까다로운 쟁점이 몇 개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주 일체를 포함한 돈바스 전체를 내놓으라고 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안보에 관해서도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안을 고려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런 방안을 줄곧 거부하고 있다. 안전 보장은 러시아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유럽 언론의 지적이다. 이날 가디언지는 95% 합의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취임 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던 선거 공약부터 시작된 과도하게 낙관적인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하마스 무장 해제 종용
지난 10월 이스라엘·하마스 평화협정을 체결한 가자전쟁도 실행 단계에서 공회전 중이기는 마찬가지다. 납치된 이스라엘 포로를 풀어주는 1단계 협정은 실행됐지만 이스라엘 철군과 팔레스타인 새 정부 수립, 국제안정화군(ISF) 구성, 가자지구 재건 착수 등 2단계 협정은 지지부진하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를 보이고, 하마스에 무장 해제를 종용했다. 그는 하마스에 무장을 해제할 “매우 짧은 기간”을 주기로 했다며 이 기간에 해제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끔찍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 평화 구상을 지지한 59개국이 있다면서 하마스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을 경우 이들 국가가 “하마스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2단계 평화 협정을 이행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감쌌다.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설립하려는 이스라엘 측 움직임에 대해 “100% 동의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곧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시설 재건과 미사일 전력 재비축을 기도한다면 군사 행동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전력 재건을 명분으로 공격에 나선다면 지지하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과 함께 이란이 강력히 맞대응할 경우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