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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폭증해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있지만 이 밖에 자연재해, 노후한 전력망도 전기요금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기요금은 생활물가와 밀접하기 때문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평균 주택용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4.9%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약 4%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23년 킬로와트시당 16센트에서 지난해 16.5센트, 올해 17.3센트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내년에는 18센트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각 주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담당하는 관료로 구성된 전국에너지지원국장협회는 올해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주택 난방 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9% 오른 995달러로 추산했다. 평년보다 낮은 기온, 천연가스 가격 상승, 전기요금 상승 때문이다. 전력회사 협회 에디슨전기연구소에 따르면 민간 발전사들은 2025∼2029년 송배전 시스템, 발전, 가스 운송 등 인프라에 1조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한다. 투자금은 보통 시간을 두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된다.
WSJ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올해 일부 가정에선 크리스마스 전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겨울을 앞두고 전기요금이 미국 가계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전기요금은 자동차 휘발유 다음으로 가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에너지 관련 지출 항목이다. 난방 역시 가스가 아니라 전기로 하는 집이 많다. 그동안 전기요금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맞춰 함께 올랐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물가 상승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 운영이 전기요금 인상의 주원인으로 자주 지목되지만, 일부 지역에선 데이터센터가 많은 양의 전력을 구매한 덕분에 발전 비용이 분산돼 주택용 전기요금이 낮아지기도 했다. 이 밖에 허리케인과 산불 같은 자연재해, 주(州)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오래됐거나 파손된 전력망 교체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불만은 표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뉴저지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마이키 셰릴은 전기요금 동결을 공약했다. EIA에 따르면 뉴저지의 9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21% 급등했다. 조지아주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로 주 공공서비스위원회 선거에서 공화당 소속 현직 위원 두 명이 낙선했다. 공공서비스위원회는 발전소 규제를 담당해 전기요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