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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몸으로 때울래"…일당 9800만원 '황제노역' 판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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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몸으로 때울래"…일당 9800만원 '황제노역' 판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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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역장 유치로 탕감된 벌금액이 올해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역장 유치는 벌금을 납부하지 못한 사람이 구치소 내 노역장에서 일정 기간 노동하며 벌금을 탕감받는 제도다. 고액 벌금을 피하려고 도피했다가 검거돼 노역장에 유치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벌금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 수단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집행 대상 벌금형 금액 5조7490억원 중 노역장 유치로 집행된 금액은 3조707억원으로 53.4%에 달했다. 반면 현금 납부액은 8493억원(14.7%)에 그쳤다.


    노역장 유치 집행 금액은 2021년 이후 꾸준히 3조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집행액 중 노역장 유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이후 줄곧 50% 이상이다.

    이런 가운데 고액 벌금자가 납부를 피하려고 노역장을 선택하는 이른바 ‘황제 노역’은 만연하다. 형법상 노역 유치 기간이 최대 3년(1000일)으로 고정돼 있어 벌금 액수가 클수록 노역을 선택할 유인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전체 벌금 집행 대상 49만607건 중 노역장 유치 집행은 3만5637건(7.2%)에 불과했지만 노역으로 탕감받은 벌금액은 3조원을 웃돌았다.


    일부 피고인은 수백억원대 초고액 벌금을 내지 않다가 검거돼 유치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벌금 980억원을 확정받고 도피한 A씨를 8개월간 추적해 지난 1월 검거했다. A씨는 홍콩에서 금괴를 밀수하다가 적발돼 기소됐고, 재판 도중 고시원으로 주소를 옮기고 ‘외국으로 밀항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며 도피하다가 한 식당에서 체포됐다. 현재 노역장에 유치된 A씨의 하루 환형유치금(형을 바꿈)은 980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벌금 확정 이후 미납이 계속되면 강제 집행 및 검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재산을 은닉하고 도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전지검은 벌금 23억원을 확정받고도 이를 내지 않은 B씨를 6월 검거했다. B씨는 약 2년6개월간 가족과 지인 명의로 사업을 하면서 위장 전입과 타인 명의 차량 사용 등을 통해 집행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집행 시효(5년)가 지나거나 대상자가 사망해 징수하지 못한 벌금도 해마다 수백억원에 이른다. 집행 불능 처리된 금액은 올해 170억원에 달했고, 2015년 이후 누적 불능액은 4000억원에 육박했다. 국고로 들어와야 할 수천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검찰은 집행 불능의 주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전국 검찰청에서 벌금·과태료 등 벌과금 집행 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은 250명 정도다. 상당수가 다른 행정 업무를 겸하고 있어 검거만 전담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대검 관계자는 “수시로 관계 기관에 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벌금 회피를 줄이려면 은닉 재산에 대한 강력한 집행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사 단계에서는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 등 다양한 강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지만, 집행 단계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조차 사용할 수 없어 실질적인 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벌금형은 명백한 전과로 남는 형벌임에도 노역장 유치나 집행 불능액 증가로 실효성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형사 사건은 징역형 등 실형 집행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벌금형 집행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집행 단계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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