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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얼굴로 만나는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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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얼굴로 만나는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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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한국 무대에서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세 편의 발레 ‘백조의 호수’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그리고 모나코 몬테카를로발레단. 세 단체 작품 모두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전을 바라보는 안무자의 시선과 결말, 무대 위 서사는 극명하게 갈린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 위에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확립한 고전 양식을 토대로 한다. 그러나 안무가에 따라 서사 구조와 엔딩은 천차만별이다. 2026년 국립발레단이 선택한 해석은 러시아 볼쇼이 스타일의 정수로 꼽히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이다. 장중한 드라마와 명확한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진정한 사랑이 운명을 이긴다’는 해피엔딩을 택한다. 군무의 스케일, 왕궁과 호수 장면의 대비가 강렬해 긴장감보다 영웅 서사의 완결성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반면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 발레의 라이벌인 마린스키 발레의 전통에 근거한 섬세함이 핵심이다. 24마리 백조 군무의 밀도와 정확성, 백색과 흑색의 대비가 만들어내는 서정적 이미지가 작품을 주도한다. 결말은 국립발레단과 정반대. 유니버설발레단은 백조의 죽음으로 사랑의 숭고함과 비극성을 강조한다.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원형을 존중하며 클래식한 미학으로 ‘정통’의 힘을 보여준다는 게 발레단의 설명이다.

    마지막 ‘백조의 호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작품이다.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발레단이 소개할 백조의 호수는 고전을 해체해 21세기 심리극으로 발레를 재조립한다.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요의 작품으로 동화적인 환상보다 가족관계와 트라우마, 흑과 백의 내적 충돌을 파고드는 서사가 돋보일 예정. 호수는 사건의 무대이자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장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대적인 무용 언어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긴장감을 조성한다. 원작을 아는 관객일수록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작품이란 점과 국내 초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무대다.


    2026년 세 가지 ‘백조의 호수’는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고전은 어떻게 현재가 되는가. 국립발레단은 운명을 딛고 일어서는 사랑의 서사로, 유니버설발레단은 정통과 서정의 완성도로, 몬테카를로발레단은 급진적이며 현대적인 해석으로 답할 것이다. 같은 음악 위 다른 결말과 미학을 비교해 감상해볼 만하다.

    세 단체의 ‘백조의 호수’는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내년 4월 7~12일, 몬테카를로발레단은 5월 16~17일, 유니버설발레단은 8월 14~23일까지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예술의전당과 기획공연으로 두 단체에 비해 좀 더 긴 기간 무대를 이어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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