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실을 모두 거친 전직 국회 보좌진 박윤수 전 비서관이 정치 현장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너섬객잔' (하움출판사)을 30일 출간했다. 박 전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일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등 상임위에서 정책과 정무를 동시에 다뤄온 인물이다. 출판사는 “국회 내부에서 직접 목격한 권력의 작동 방식과 정쟁의 구조를 생생하게 풀어낸 내부자 르포”라고 소개했다.
책 제목 ‘너섬객잔’은 국회를 비유한 표현이다. 여의도가 과거 ‘너섬’(모래섬)으로 불렸던 데서 착안해, 한때 쓸모없다 여겨졌던 섬이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목적을 품고 드나드는 정치의 중심이 됐다는 의미를 담았다. 저자는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옹호·공격하기보다, 정치의 한복판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메커니즘과 반복되는 갈등의 구조를 관찰한다. “누가 옳은가”보다 “왜 같은 갈등이 되풀이되는가”를 묻고, 그 답을 국회 관행, 언론과 정치의 관계, 팬덤 정치, 선민의식, 민주주의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폭력적 언어 등으로 확장한다.
책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1년이 지난 국회의 풍경도 주요 장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이를 단순 사건이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의 감각이 일상 속에서 무뎌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시간으로 포착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과도한 공세, 입법권 남용 논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갈등을 현장 경험에 기대 서술하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는 이 책이 정치 혐오를 부추기기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임을 환기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추천사에서 “여야를 모두 경험한 보좌진이기에 가능한 깊이와 균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