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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공사중… 문 닫는 퐁피두, 길 찾는 루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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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공사중… 문 닫는 퐁피두, 길 찾는 루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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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파리 미술계는 조용하지만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유럽 전역이 재정 긴축과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파리는 '축소'가 아닌 '재편'을 선택했다. 주요 국립 미술관들은 차례로 대규모 공사에 들어갔고, 민간 재단은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개인 갤러리들도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다.

    파리의 '그랑 팔레(Grand Palais)'는 4년 만에 긴 공사를 마치고 2024년 여름 파리 올림픽 개최에 맞춰 부분적으로 재개관했다. 복원된 유리 돔 아래에서 그랑 팔레 복원 공사의 독점 후원사인 샤넬의 2025 S/S 컬렉션 패션쇼가 열렸으며, 아트 바젤도 두 차례에 걸쳐 개최되었다. 이어 2025년 6월 전관 정식 개관을 기념해 니키 드 생팔, 장 팅겔리, 그리고 스웨덴의 미술사학자 폰투스 훌텐의 전시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랑 팔레는 이번 재단장을 통해 단순한 전시관을 넘어 대중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대공사와 재편에 들어간 국립 미술관

    반면 파리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퐁피두 센터는 2025년 가을부터 약 5년간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위해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노후한 건물과 설비, 에너지 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휴관이지만, 단순한 폐쇄가 아니다. 미술관의 기능을 여러 공간으로 분산하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휴관 기간 퐁피두의 소장품과 프로그램은 그랑 팔레와 외곽 수장고, 국내외 협력 기관에서 운영된다. 이는 하나의 건물에 집중되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파리 전역과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다. 5년의 휴관은 공백이 아니라, 파리 미술계에서 현대미술의 중심이 재편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루브르 박물관 역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5년 1월 루브르 박물관의 대규모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증가하는 관광객 수와 복잡한 관람 동선, 연구와 교육 기능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도난 사건을 계기로 보안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모나리자'를 위한 전용 전시 공간이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며, 공사 비용의 일부를 마련하기 위해 2026년부터 유럽연합 외 국가 방문객의 입장료 인상도 검토되고 있다. 새롭게 정비된 루브르 박물관은 2031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루브르가 단순한 예술품 보존 박물관을 넘어 미래형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리의 주요 국립 기관들이 동시에 대규모 공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지만, 장기적인 변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사례다.




    민간 재단의 커지는 영향력

    파리 미술계에서 국립 미술 기관들이 재편에 들어간 사이, 민간 재단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까르띠에 재단은 2025년 10월 루브르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며 규모를 확장했고, 피노 컬렉션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와 루이비통 재단의 전시관은 파리를 대표하는 미술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이들은 이제 후원자를 넘어 독자적인 기획력을 갖춘 '사설 미술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극화와 재정 압박, 개인 갤러리의 생존

    이처럼 미술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개인 갤러리들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국제 아트페어 참가 비용 증가로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 방식을 다시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중소 규모 갤러리들은 고정 공간을 유지하기보다 프로젝트형 전시나 팝업, 해외 협업으로 생존 전략을 바꿨다.

    국제 네트워크를 갖춘 메가 갤러리들이 파리를 유럽 거점으로 삼아 승승장구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신진 작가를 발굴해 온 소규모 갤러리들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 갤러리들은 과거처럼 국제 아트 페어 참가를 필수로 여기기보다 파리 아트 위크 같은 도시 중심 행사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집가들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시 공간에서 도시 인프라로, 파리 외곽과 수도권 도시의 부상

    파리의 주요 미술관들은 이제 단순히 전시를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인프라로 변화하고 있다. 전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늘날 공공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립, 시립 미술관들은 교육과 연구, 토론 프로그램,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술관은 더 이상 잠시 들르는 장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머물며 참여하는 공공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술계의 중심도 점차 파리 도심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파리 외곽과 위성 도시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드니, 오베르빌리에, 몽트뢰유 등 파리 외곽 소도시에는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비영리 전시 공간, 제작 시설이 점점 늘고 있다. 국립 미술 기관의 수장고와 제작 시설도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 확장의 흐름이자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흐름의 정점은 2026년 가을 문을 여는 '퐁피두 프랑실리앵(Centre Pompidou Francilien) 예술 제작소'다. 에손(Essonne)의 마시(Massy) 지역에 들어설 이 공간은 퐁피두 센터의 첫 번째 분관이다. 파리에서 약 30분 거리로, 국립 현대미술관과 파리 국립 피카소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 연구, 보존, 복원하는 전문 시설과 전시, 교육, 예술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달라진 국제 미술 경로, 목적지가 아닌 '거점'된 파리

    과거 파리는 작가들이 반드시 도착해야 할 '최종 목적지'였다면, 이제는 국제 경력의 여러 '거점' 중 하나로 인식된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베를린, 브뤼셀, 밀라노 등 다른 도시를 오가는 작가들이 늘고 있고, 한 갤러리에 오래 소속되기보다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프랑스 국적이 아닌 작가들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며, 파리는 국제 미술 네트워크의 하나의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파리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미술계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리는 여전히 중요한 무대이지만, 더 이상 유일한 중심지는 아니다.

    파리 미술계는 중앙에 모든 것이 집중된 모델에서, 여러 거점이 연결된 네트워크형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국립 미술관은 도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외곽 지역은 창작과 실험의 공간이 되며 작가들은 도시 간 이동을 전제로 경력을 쌓아간다. 이러한 이유로 재정적 어려움이 이어지는 유럽의 상황 속에서도 파리는 여전히 미술의 중심지로 남아 있다. 파리는 과거처럼 하나의 중심을 고수하기보다 중심의 의미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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