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4일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절차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지난 26일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에 관한 행정지침을 발표하였다. 이유는 완전히 다르지만, 고용노동부안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먼저 행정지침 내용은 이미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청 등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면, 그 범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사용자성 판단 기준인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고 각 개별 사업장에서 적용되는 국면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만족시킬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또한, 이에 관해 일부 하급심 판결만 나와 있는 상태일 뿐 앞으로 계속 관련 법리가 진화·발전해 나갈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로서도 법원의 향후 판결 경향까지 예측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사태에서 보았듯,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에 따라 노사관계가 형성되었는데, 혹여 법원에서 그 효력을 부인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를 고민하면서 이미 하급심 판결에서 선고된 사례를 바탕으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의 의미와 그 적용 국면 등에 관한 해석을 내놓았던 것 같다.
행정지침 관련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것이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여부’이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더라도 도급계약 조건이나 작업지시서,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실질적으로 통제(‘조직적·간접적 통제’라는 표현도 사용한다)할 가능성이 있다면,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일부 하급심 판결례에서 보였던 판시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서, 전형적인 사내제조하도급의 경우에는 맞는 해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백화점·면세점 내 화장품입점업체 사례(서울행정법원 2025. 10. 30. 선고 2024구합72896 판결)에서는 이와 같은 구조적 통제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개별 교섭의제별로 하청 근로자의 단체교섭 필요성이 있다면, 원하청 간 구조적 통제 가능성이 낮더라도 단체교섭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을 밝혔던 점에서, 고용노동부 견해가 다양한 영역에서 보편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사용자성 확대 여부가 크게 문제된 영역이 모자 회사 간, 지주사와 계열사 간이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구조적 통제 여부’가 여기에도 적용되는지, 적용될 경우 어떠한 요소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개별 교섭의제별 적용 예시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안전 분야, 작업환경 분야, 복리후생 분야, 근로시간 분야, 작업방식 분야 등에 관해 자세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종전 하급심 판결 경향에 비추어 볼 때, 고용노동부 지침은 나름의 기준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이 높은 사업장에서 주로 문제되었던 영역은 임금 분야와 고용 분야인데, 임금 분야에 관한 지침 내용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이 지침이 현장에서 과연 얼마만큼 규범력을 갖고 노사 양측의 판단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쉽게도 이번 지침에서는 고용 분야에 관해서는 적용 예시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교섭절차에 관한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높게 평가할 부분은 분명 있다. 노동조합법 개정 이후 교섭단위와 관련하여 ‘원청 단위설’과 ‘개별 하청 단위설’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는데, 이번에 ‘원청 단위설’에 따라 시행령이 마련되었다. 실제 교섭절차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수 있는 분야였는데, 이를 지침이 아닌 시행령에 포함시킴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크게 도모하였다. ‘개별 하청 단위설’은 원청이 개별 하청마다 따로따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고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견해였다.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여 고용노동부가 원청을 교섭단위로 하여 일의적·통일적인 방법으로 교섭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교섭단위를 원청 단위로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문제 또는 교섭절차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의 분리 등 교섭단위분리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것도 눈에 띈다.
그 과정에서 노동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실질적 지배력 유무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교섭단위를 합리적으로 분리하겠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고용노동부 구상이 실현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지울 수 없다. 현행 법령상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제기된 경우, 노동위원회는 해당 사업장의 모든 노동조합과 사용자에게 신청 사실을 통지한 후 그 의견을 제출받아야 하고,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해야 한다(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11 제2, 3항). 노동위원회가 사업장 내 모든 하청 노조의 현황을 파악해서 그 신청 사실을 통지하는 것부터 교섭의제별 사용자성 여부 판단 및 교섭단위 설정에 이르기까지, 과연 30일 이내에 이를 모두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도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요청, 참여노조 확정공고 관련 시정요청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2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내용의 시행령과 행정지침의 발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부족하거나 미흡했던 부분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통해 채워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노동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역량 발휘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혼란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노사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정립해 나가고, 교섭절차를 현명하게 진행해 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2026년 3월 10일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걱정스럽다.
조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