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진다고 빨간색이 공동체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30일 밝혔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반발이 일자, '통합' 차원의 인선이었다며 감싼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각료 지명이나 인사에 있어 참 고려할 게 많다"며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의 통합된 힘을 바탕으로 국민과 국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최종 책임자가 바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다' 그런 부분이 있는데, 그러다가 다 없애버리려고 내란 사태까지 벌어진 것 아니냐"며 "내 의견과 다른 집단, 인사를 다 제거하고 모든 것을 갖겠다고 벌인 극단적 처사가 바로 내란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인사가) 정략적 수단이 아니고 정상인 사회로 되돌아가려면 통합, 포용 등 더 반대쪽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진다고 사회를 다 파랗게 만들 순 없다. 빨간색은 어디 가느냐.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빨간색도)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라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거론하며 지명 철회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진 않았다. 그는 "물론 모든 일은 최종적으로 국민의 뜻에 따라 최대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긍정해 주고, 의견이 다른 게 불편함이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진영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했다. 이후 여당 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라는 호평이 주를 이뤘으나, 범여권을 중심으로 반발도 끊이질 않았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내란 상태가 해소됐다'는 선언인지,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한 정치 행위가 잘못됐다'는 인정인지, '내란 동조 세력이라도 포용해야 한다'는 의미인지 알 수 없다"며 "국민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 후보자가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윤어게인'을 외쳤다는 점에서 국민 수용성이 매우 낮다"며 "탄핵 관련 입장 변화가 있는지 등을 철저히 검증할 생각"이라고 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이 후보자 지명을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내란 옹호 세력에게 나라의 곳간 열쇠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내란을 옹호했다'는 범여권 지적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그러나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