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떨어지며 환차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미국 대표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ETF 가격이 낮아진 지금이 '추매(추가 매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미국 대표지수 ETF(환헤지형 제외)는 최근 일주일간(23~29일)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을 냈다. 운용 규모가 가장 큰 'TIGER 미국S&P500'은 이 기간 2.7% 하락했다. 나스닥100 지수를 따르는 'TIGER 미국나스닥1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도 각각 -2.69%와 -2.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대표지수 ETF 수익률이 떨어진 건 환차손 영향이 크다. 정부의 환율 안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서 1430원대로 급락하자 미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둔 ETF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동일한 지수를 따르는 미국 상장 ETF인 SPY(S&P500)와 QQQ(나스닥100)는 같은 기간 1%대 수익을 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과 미국 증시가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이다. 지난 일주일간 TIGER 미국S&P500으로 개인 자금이 2723억원 들어왔다. 국내 상장 ETF 중 순유입 규모 1위다. 'KODEX 미국S&P500'(1374억원·3위) 'KODEX 미국나스닥100'(825억원·6위) 'TIGER 미국나스닥100'(736억원·7위) 등도 순매수액 상위권에 올랐다.
오히려 지난 23일 환율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후 매수세가 더욱 강해졌다. TIGER 미국S&P500의 개인 순매수액은 23일 178억원에서 24일 100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도 하루 770억원 안팎의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도 환율 정책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국내 잠재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여러 구조적 요인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일시적인 정책만으로 환율을 안정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길 신한증권 연구원은 "정책만으로는 중기 하락 추세를 견인하는 데 한계를 보일 수 있다"며 "원화 강세를 위해서는 글로벌 달러 사이클이 꺾여야 하고 달러 수요도 구조적으로 약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