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약 95일 만에 시스템이 정상화됐다. 정부는 각 부처별 상시 점검 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AI 기반 정부 전산 인프라 전면 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30일 오전 9시30분을 기점으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영향을 받은 70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모두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는 해제되고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대응체계도 종료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발단이었다. 화재는 오후 8시15분께 5층 전산실에서 시작됐으며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은 약 22시간 뒤인 다음 날 오후 6시께 완전히 진화됐다.
문제는 화재 여파로 해당 센터에서 관리하던 709개 행정정보시스템이 한꺼번에 멈추면서 전국적인 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주요 시스템을 두 개 센터에서 동시에 가동하는 ‘이중화’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단일 사고가 전면 셧다운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민원창구 정부24를 비롯해 모바일 신분증 인터넷우체국 등 대국민 서비스와 각 부처 홈페이지가 줄줄이 중단됐다. 내부 업무망 장애로 전자결재 등 행정 업무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화재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 대응에 나섰다.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 800여 명을 투입해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화재 발생 약 한 달 만인 10월 31일 복구율이 90%를 넘어섰다.
지난달 14일에는 대전 본원에서 복구 중이던 693개 시스템을 모두 정상화해 당초 목표였던 11월 20일보다 약 일주일 앞당겨 복구를 마쳤다. 이후 남은 16개 시스템은 대구 분원으로 이전해 복구를 진행했고 공무원 전용 백업 공간인 ‘G-드라이브’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이 이날 최종 정상화됐다.
다만 복구 과정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행안부 소속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내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기도 했다. 경찰은 배터리 이설 공사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배터리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절연 조치 없이 작업한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국정자원 원장과 현장 책임자 등 19명은 업무상 실화와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정부는 대응체계 종료 이후에도 각 부처를 중심으로 소관 시스템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이상 발생 시 즉각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AI 정부 인프라·거버넌스 혁신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공공 정보화 인프라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특히 민간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공 데이터센터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재난 상황에서도 실제로 작동하는 재해복구(DR) 체계를 전면 개선할 계획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불편과 현장 관계자들의 헌신 덕분에 복구를 마칠 수 있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정보자원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전산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