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내년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대전환하는 '골든타임'의 원년이 되기 위해서는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하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29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2026년)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대전환을 이루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께서도 올해(2026년)를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고, 규제·노동 등 핵심 분야 구조개혁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히신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우리 노동시장은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경쟁국들보다 생산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사관계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라며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우리 노사관계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법률의 불명확성과 시행 후 파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총은 올해도 우리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역동적 경영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손 회장의 신년사 전문.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붉은 말의 힘찬 기운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을 가져오길 기원합니다.
2025년은 참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연초부터 계속된 정국 혼란과 미국발 관세인상, 고환율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습니다. 내수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성장률이 1% 수준에 그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석유화학, 철강 업종은 경기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특히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對美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통상 불확실성 해소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와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라는 기분 좋은 소식들도 있었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난제들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둔화, 對美 통상환경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변수들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같은 요인들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대전환을 이루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대통령께서도 올해를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으로 삼고, 규제·노동 등 핵심 분야 구조개혁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히신 바 있습니다. AI 기술이 산업구조 전반에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자국 기업 지원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혁신과 도전 의지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역동적인 경영환경 마련이 필수적입니다.
우선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를 해소해야 합니다. 우리 노동시장은 산업구조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경쟁국들보다 생산성도 낮습니다. 다양한 생산방식을 폭넓게 인정하고, 근로시간도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업무별 특성에 맞도록 유연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특히, 첨단산업의 연구개발은 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과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체계도 연공 중심에서 직무가치와 성과를 반영하는 공정한 보상체계로 바꿔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정년연장 문제도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는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국가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계 최하위 수준의 우리 노사관계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노사가 스스로 법과 원칙을 준수하고 산업현장에서 대화와 타협에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과 제도적으로도 기업은 노조의 권한에 비해 대응 수단이 부족하고 이는 노사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경쟁국들 처럼 노조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대항권을 보장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한편, 지난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법률의 불명확성과 시행 후 파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랍니다.
기업의 氣를 살리고 AI, 반도체, 로봇과 같은 첨단분야에서 투자와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과감한 경제정책도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규제들은 과감히 걷어내고, 조세도 정치와 이념적 논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운영되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과도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은 경쟁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첨단기술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 지원도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비록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또다시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우리 기업인들의 불굴의 기업가정신은 새해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휘해 우리 경제를 새로운 도약으로 이끌 것입니다.
경총은 올해도 우리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역동적 경영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겠습니다. 아울러, 노동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노사관계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 한 해도 쉼 없이 뛰겠습니다.
2026년 한 해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향한 대전환의 원년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