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포티 세대와 넥스트 포티 세대의 충돌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과 유럽 전반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패션과 문화를 둘러싼 세대 간 충돌의 이면에는 일자리, 주거 불안과 연금 등 자원 배분 문제가 공통적으로 자리한다. 이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 흐름과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영포티 세대 저격, 만국의 공용어
최근 국내에 확산돼 논란이 일었던 '영포티 밈'처럼 패션은 넥스트포티 세대가 영포티 세대를 저격하는 데 활용하는 글로벌 공용어다.영국 가디언 등은 2021년부터 '스키니진'을 중심으로 한 세대 갈등을 보도한 바 있다. 넥스트포티는 스키니진을 두고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흐름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스키니진은 오랫동안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렸는데, 유행이 넓은 바지로 바뀌면서 Z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맘진'(Mom jean)이 돼버린 것이다.

이에 영포티 세대의 반발도 적지 않다. 영국 더선은 한 밀레니얼 세대 틱톡 인플루언서가 스키니진을 입은 사례를 보도하며 "밀레니얼 세대가 한때 인기 있었던 스키니진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반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신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나이키와 뉴발란스 등 인기 스니커즈가 '아빠 신발'(Dad shoe)라는 내용의 밈(meme·유행 소재)이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해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특히 신발에 있어서만큼은 두툼한 런닝화나 편안함을 강조하는 스니커즈 계통이 영포티 세대를 저격하는 소재가 되는 경향성이 있다. 여기에 나아가 발목 양말, 옆 가르마, 페이스북 사용 여부 등을 '올드함'으로 규정하는 Z세대들로 인해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는 "내가 뉴발란스 신고 에미넘 노래 듣는 게 잘못된 거냐" 등 자신의 기호에 문제가 있는지를 묻는 영포티 세대들의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다.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이모티콘을 쓰면 넥스트포티 세대에게 조롱받는 일이 생겼다며 한동안 이 이모티콘은 온라인에서 금기시되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오지상 (おじさん) 구문'이라는 표현이 밈처럼 쓰였다. 특히 메신저 라인에서 젊은 세대 등에게 과도한 이모티콘 등을 쓰는 중년 남성들의 말투를 가리킨다.
◇ 선 넘고 변질된 표현들에 '불쾌'
문제는 이러한 기성 세대를 겨냥한 글로벌 조롱이 온라인에서 마치 놀이처럼 확산하면서 때로 적정 수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넥스트포티가 코로나19를 '부머 제거제'(Boomer remover)이라고 표현해 적지 않게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중국에서는 영포티 세대를 '유니중년'(油?中年·기름진 중년)이라고 한다. 배가 나오고, 학식이나 능력이 없는데 허세를 부리는 등 언행 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 한국에서도 최근 '영포티'라는 표현의 의미가 과거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변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을 접한 글로벌 영포티 세대는 하나 같이 "2030은 나이 먹지 않을 것 같냐"며 반박하고 있다.
◇ 조롱의 이면
글로벌 사례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패션과 문화 등에서 드러난 이질감이 조롱의 형태로 표출됐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성장 둔화 속에서 심화한 자원 배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신 고용 전망(Employment Outlook) 2025에서 "건강한 고령 노동자들을 동원하지 않으면 노동 인구가 줄어들어 젊은 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면서 "이는 이미 수십년간 고령층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세대 간 불평등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심각한 불공정성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젊은 세대의 불만이 현실 세계에서 거세게 표출된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프랑스 연금 개혁 사례다. 프랑스는 2020년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을 추진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혀 2022년 대선 이후로 미뤘다. 2023년 1월 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후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부담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한 거부였다.

프랑스는 연금을 받는 은퇴자의 소득이 일하는 젊은 층보다 높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룩셈부르크소득연구(LIS)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중위 소득을 100이라 했을 때, 65세 이상의 중위 소득은 약 101로 집계됐다. 이는 이탈리아(94), 노르웨이(87), 미국(86), 독일(85), 영국(78), 네덜란드(75), 일본(72), 호주(63) 등보다 높은 수치다. 연금 실수령액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FT는 "65세 이상 인구의 소득이 근로 연령층보다 더 높은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프랑스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 배분에 있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생기는 게 세대 및 젠더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리 특정 세대가 표가 많다 하더라도,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면 답은 명료하다.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게 전반적인 정치 및 사회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