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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뚫고…韓수출액, 77년 만에 3.6만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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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뚫고…韓수출액, 77년 만에 3.6만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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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000억달러를 달성해 세계 여섯 번째 ‘수출 강국’ 반열에 올랐다. 미국발 관세 압박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뚫고 하반기 반전에 성공한 결과다.

    29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분 기준 올해 연간 누적 수출액이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 6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7년 만이다. 연간 수출 7000억달러를 넘긴 국가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한국이 여섯 번째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발 관세 충격과 보호무역 확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상반기 수출은 감소세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대미 관세 협상 타결 등 통상 불확실성이 낮아지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경신했다.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견인했다. 11월까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1526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660억달러·2.0%), 선박(290억달러·28.6%), 바이오(147억달러·6.5%) 등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인 허정 서강대 교수는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연합(EU), 아세안 등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가 끌고, 車가 밀었다
    관세 충격에도 주력산업 '굳건'…K웨이브에 식품·화장품도 강세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모건스탠리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 제목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란 모건스탠리의 예측은 1년도 안 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K반도체’는 올해 수출 7000억달러 돌파 신화의 주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세계 무역 질서 재편도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반도체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미·중 무역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처를 다변화한 우리 기업들의 저력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AI 붐에 반도체 슈퍼사이클
    2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은 2025년을 이틀 남긴 29일 오후 1시3분을 기점(관세청 신고 기준)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2000년) 독일(2003년) 중국(2005년) 일본(2007년) 네덜란드(2018년)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로 ‘연 7000억달러 수출’ 금자탑을 쌓은 나라가 됐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1900만달러에 불과한 한국 수출액이 77년 만에 3만6000배 늘어났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 수출은 비관적 전망이 줄을 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무역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건 주요 기업의 경쟁력과 기민한 시장 다변화 전략 덕분이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 및 통상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AI 데이터센터 특수’는 한국에 큰 행운이었다. 지난 11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AI 서버 수요 폭증에 힘입어 1526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인 1419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8%에 달했다.

    작년 수출을 이끈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최고 25%)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국내 기업들은 유연한 시장 다변화로 대응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하이브리드카와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해 유럽을 공략했고, 신차 수출이 막힌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는 우회 경로를 통한 중고차 수출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등 이른바 ‘K라이프스타일’ 품목도 수출 효자였다. K화장품은 올해 수출 100억달러(1~11월·104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시장 다변화로 특정국 의존도가 낮아졌다. 2018년 26.8%에 달하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올해 18.4%로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비중 역시 17.3%(1~10월 기준)로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이 빈자리는 비중이 높아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7.2%), 유럽연합(EU·10.0%), 중남미(4.5%) 등이 메웠다. 인도 수출은 역대 최대 수출액을 경신(11월까지 175억달러)하며 ‘포스트 차이나’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국 우선주의 파도 넘어야
    통상당국에 따르면 올해 최종 수출 실적은 지난해 6836억달러를 250억달러가량 넘긴 7100억달러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미 관세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내년이 진짜 승부처라고 말한다. 캐나다, EU, 멕시코가 철강 관세를 예고한 것처럼 미국 외에 무역장벽을 높이는 국가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미 투자 이후 국내 제조업 공동화도 문제다. 투자 시점엔 중간재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국내 기업이 현지 생산을 늘릴수록 국내 수출 실적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350억달러(신고 기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배후 수요가 증가하고 정부의 유치 노력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탄탄한 공급망’과 ‘예측 가능한 규제’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약속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7000억달러 수출 실적을 유지하려면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반도체와 자동차를 잇는 새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공장을 최고 제품 생산 기지로 남기는 ‘마더 팩토리’ 전략이 필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은/김대훈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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