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이달 초 한국 벤처기업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1회 벤처주간’ 행사를 열었다. 이어 28일 벤처산업의 경영 성과와 고용 현황 등을 분석한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중기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작성한 이 자료에서 “K벤처가 외형 성장 단계를 지나 혁신 역량을 내실로 다졌다”고 평가했다. 국내 벤처기업 총매출이 236조원으로 삼성, 현대자동차에 이은 재계 3위 수준이며 고용은 83만 명으로 4대 그룹 상시 근로자보다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실을 다졌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기업당 평균 매출은 66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억4000만원 늘었고, 평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4000만원으로 집계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6.5%로 대기업(1.9%)을 웃돌았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K벤처에 부정적인 정보는 자료에 담지 않았다. 벤처기업 수가 2023년 4만81개에서 지난해 3만8216개로 줄었고, 같은 기간 총매출이 242조원에서 236조원으로 역성장했다는 점은 뺐다. 고용이 93만5000명에서 82만8000명으로 11% 감소한 사실도 누락했다. 1년 전만 해도 “벤처 고용이 4대 그룹 고용을 18만9000명 웃돌았다”고 자축했지만 이번엔 그 격차가 8만 명으로 줄었다는 점은 제외했다. SK그룹 근로자가 10만8000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1년간 벤처 생태계에서 SK그룹 규모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현실적이다.
앞서 18일 중기부는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벤처에 연간 40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딥테크 스타트업 1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기금과 은행 같은 민간 자본이 벤처로 대거 유입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당시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성과와 과제를 분석해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기부의 벤처기업 통계를 보면 ‘돈만 푼다고 벤처가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벤처투자액은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2024년 11조9000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 늘었지만 같은 기간 벤처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10%에도 못 미쳤다.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자금이 생산적으로 투입될 필요가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업계에선 돈 풀기보다 도전을 막는 규제, 기술 인재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을 아무리 줘도 화분이 작으면 꽃은 자라기 어렵다. 벤처라는 꽃이 마음껏 클 수 있도록 좋은 화분과 토양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