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하루 만에 9% 급등했다.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K9 자주포에 이어 천무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스테디셀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7만9000원(9.08%) 급등한 9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90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에는 95만6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기관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49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외국인도 477억원을 순매수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8조9337억원이다. KB금융(47조9116억원), 기아(47조2790억원)를 밀어내고 시가총액 순위를 10위에서 8위로 끌어올렸다. 7위 두산에너빌리티(49조29억원)와 격차는 700억원 수준이다.
주가 상승에 개인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종목 토론방에 "폭주기관차가 왔다"며 기뻐했다. 다른 투자자는 "80만원까지 내려왔을 때, 200주 팔았다. (이후 주가가 올라) 중고차 한 대 값 날렸다"며 아쉬워했다.
이달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9만1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전 가능성이 거론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메모리 호황에 반도체 관련주로 자금이 몰린 점도 수급에 부담이 됐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이어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순항하고 있다. 특히 천무가 주목받고 있다. 이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방산특사인 '전략경제특사'로 폴란드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실장은 현지에서 폴란드 정부와 다연장로켓인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서명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천무 218대, 지난해 72대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290대의 천무 발사체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천무는 다연장로켓이다. 천무는 분당 12발 사격이 가능하며 유도탄의 경우 사거리가 80㎞에 이른다. 재장전이 빠르고 기동성과 생존성이 높아 한국군의 핵심 대화력전 장비로 쓰이고 있다.
천무는 에스토니아에도 진출했다. 지난 2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스토니아와 약 4400억원 규모의 천무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천무 6대 및 사거리 80㎞·160㎞·290㎞ 유도미사일 3종 등을 에스토니아에 공급한다.
추가 수출 기대감도 크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마니아, 프랑스도 천무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프랑스가 천무를 도입하면 서유럽 핵심 국가에 K방산이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라며 "경쟁국이 인도인 점을 감안하면 천무 도입이 유력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달 착륙선 추진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오는 2032년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추진시스템을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된 점도 주가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되면 신용·미수거래가 제한된다. 주가가 더 오르면 거래가 정지될 수 있어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된 지난 15일 5% 급락했다.
주가 조작을 막기 위해 도입된 대책이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하이닉스 등 대형주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상위 100위 종목을 투자경고 지정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날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투자경고종목에서 벗어나 미수·신용 거래가 가능해졌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상위 100위 대형주를 투자경고종목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SK하이닉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SK스퀘어 등 관련 종목들의 수급 부담이 완화됐다"며 "고객예탁금이 80조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시장 내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