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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2026년 정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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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2026년 정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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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글은 배낭과 간식, 그리고 등산화를 챙기며 시작해 보자. 오늘은 높은 곳에 올라 시야를 넓히고 정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국에 부임해서 한국인들과 공통된 열정을 하나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등산이다. 주말이면 서울 같은 대도시의 지하철이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붐비는 광경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함께 등산 가자고, 등반을 마치면서 따뜻한 식사로 힘을 보충하자고 초대해 주는 한국 친구들을 두다니, 행운이었다.

    나는 파리 지역에서 성장했지만, 프랑스 중부 산악 지방인 오베르뉴 태생이다. 오베르뉴는 고대 화산 지대의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빙하와 세월의 침식으로 깎이고 다듬어진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야생의 풍경을 자랑하는 외진 곳이다. 매년 여름이면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천연의 오베르뉴 고원을 누비며 재충전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도 서대문구 합동의 작은 언덕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대사관에서 출발해 남산 N서울타워에 오르거나, 안산 둘레길 또는 인왕산을 찾아 서울의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서울 한양도성길도 여러 번 걸어보았고, 가족과 함께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설악산을 등반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울창한 초목으로 뒤덮인 산세를 보지만, 한국전쟁 때는 민둥산이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봉우리, 고개 또는 ‘고지’라고 불리는 산의 정상을 탈환하는 임무는 그래서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완전히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유엔군 프랑스 대대가 큰 희생을 감수하며 사수했던 전략적 요충지인 1037고지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 장병들과 함께 ‘추모 등반’을 한 적도 있다.

    등산은 높이 올라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일, 오르내리는 기분에 따라 침묵하거나 동반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에 다름 아니다. 많은 경우 오를 때 짊어지고 있던 걱정은 내려올 때쯤이면 사라진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매듭은 풀리고 생각은 은밀히 제자리를 찾고 새로운 계획은 샘솟는다.


    2025년이 마무리되어 가니, 오르막길 끝에 다다른 듯하다. 잠시 숨을 돌릴 좋은 기회다. 한 해를 돌아보며 걸어온 길과 그 길에서 겪은 힘들었거나 만족스러웠던 일을 상기해본다. 2026년에 새롭게 발견하고 올라야 할 정상도 그려본다. 내년의 중요한 프랑스 외교 일정 중 하나는 6월에 에비앙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이다. 정상회의 준비는 ‘셰르파’들이 총괄한다. 셰르파, 산을 연상시키는 또 하나의 은유적 별칭이다.

    2026년은 한국과 프랑스 국민 모두에게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최고의 해가 될 것이다. 절정에 달하는 6월 4일은 1886년 양국이 수호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한 날이다. 한 해 동안 다양한 계획, 행사, 방문 그리고 놀라운 일들이 불꽃놀이처럼 펼쳐질 것이다! 2026년 새해 인사와 함께, ‘한-프랑스 밀레짐 140’의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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