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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최종 완성도는 목소리…꼭 라이브로 들어야 할 권진아 [김수영의 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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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최종 완성도는 목소리…꼭 라이브로 들어야 할 권진아 [김수영의 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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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곡의 특징을 잘 살려낸 멜로디, 풍성한 사운드, 마음에 와닿는 가사까지. 아티스트의 목소리는 이러한 요소들을 응집해 표현해내는 마지막 단계로써 완성도의 마침표를 찍는다.

    최근 화려하고 다채로운 사운드 속에서 간과한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목소리의 중요성이다. 그러나 첫 곡부터 이 숨어 있던 가치를 단번에 끌어낸 공연이 있었다. 권진아의 연말 콘서트 '디스 윈터 : 베스트 위시스(This Winter : Best Wishes)' 이야기다.


    권진아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총 5일에 걸쳐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디스 윈터 : 베스트 위시스'를 개최했다. 올해 단독 콘서트로 잠실실내체육관까지 입성한 권진아는 연말을 맞아 소극장 콘서트로 돌아왔다. 꾸준히 공연장 크기를 늘려온 그가 팬들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시간이었다.

    국내 대표 싱어송라이터인 권진아는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독보적인 보컬리스트로 사랑받고 있다. 뛰어난 작사·작곡 실력에 더해 그의 가장 큰 무기로 꼽히는 게 바로 '목소리'다. 이 목소리의 힘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마법처럼 바꿨다. 반주 없이 '나의 모양'의 첫 소절이 흘러나오자, 아늑하고 뭉근한 기운이 공연장을 감쌌다.


    이어 '위로', '뭔가 잘못됐어'까지 오프닝 곡으로 택한 권진아는 시작부터 목소리라는 붓을 쥐고 정교하게 감정을 그려 나갔다. 밴드 구성을 드럼, 건반, 베이스로 간소화해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 곡의 울림, 그리고 권진아가 내뱉는 호흡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꺾이는 음 하나에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환상적인 몰입감이 만들어졌다.

    권진아는 "6년 전에 이 공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했었다. 여길 다시 왔다. 삼성 이대홀에서 공연하던 내가 어느새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하고 있더라. 올해 이것저것 활동이 많았는데, 처음 단독 콘서트를 했던 곳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극장 공연을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큰 공연장은 LED 화면도 있고, 숨을 곳이 있는데 여긴 정말 나만 잘하면 된다. 평소 콘서트를 할 때는 체중 감량을 하는데, 이번에는 5일을 끌어가야 해서 증량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잘 먹으면서 1~1.5kg 정도를 찌웠다"며 웃었다.

    계속해 '숨바꼭질', '오늘 뭐 했는지 말해봐', '그날 밤' 등 권진아 목소리에 푹 빠져들 수 있는 무대가 관객들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이후 권진아의 양쪽으로 기타 2개가 설치됐다. 권진아는 이날 밴드 기타 세션으로도 활약, 어쿠스틱·일렉트릭 기타를 오가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독특하고 감각적인 전개의 '이런 식', '밤'을 불렀다가, 일렉 기타로 바꿔 매고 파워풀한 보컬로 록 느낌이 충만한 '유 얼레디 해브(You already have)'를 선보여 박수받았다.

    '레이즈 업 더 플래그(Raise Up The Flag)'를 부를 땐 리드미컬한 연주,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흥겹게 리듬을 타기도 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가수, 연신 페달보드를 밟는 발, 자유분방하게 리듬을 타는 모든 모습이 모방 불가한 싱어송라이터 권진아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권진아를 '음색 좋은 가수'로만 알고 있던 이들의 편견도 깨주는 자리였다. 목소리·깊은 감성과 함께 그의 음악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건 힘이었다. 매 무대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보컬이 정확하게 귀와 마음에 꽂혔다. 힘 있는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권진아를 통해 파도와 같은 감동을 여러 차례 맞다 보면 어느새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공연이 후반부에 접어들었음에도 '화이트 와인(White Wine)', '플라이 어웨이(Fly away)'에서 청명하게 휘말아 올라가는 고음이 나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러브 앤 헤이트(Love & Hate)', '널 만나려고', '운이 좋았지' 등을 부를 땐 진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에 숨을 죽인 채로 곡의 깊이감에 빠져들었다. 공연 내내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면 '권진아의 목소리는 반드시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는 것.



    크리스마스 연휴가 포함된 공연이었던 만큼 캐럴 무대도 준비했다. '더 크리스마스 송', '라스트 크리스마스' 등 캐럴이 밴드 마스터 홍소진(건반)을 필두로 베이스 최인성·드럼 장원영으로 구성된 밴드의 흥겹고 유려한 연주와 만나 연말 분위기를 제대로 냈다. 권진아는 무대를 거닐며 재지한 느낌으로 캐럴 메들리를 선사했다. 공연의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권진아가 참가자로 출연했던 'K팝 스타' 시즌3의 심사위원 박진영(JYP)이 공연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두 사람은 최근 신곡 '해피 아워'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공연을 마치며 권진아는 "선한 에너지를 널리 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밴드 없이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르는 '스물'이었다. 홀로 남은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부드러운 선율에 몸을 맡긴 채 노래하는 모습에서 2013년 'K팝 스타' 시즌3을 시작으로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곡을 쓰고 노래하는 자신을 발전시켜온 권진아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위태롭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 끝에는 분명한 성장. '난 그냥 좋았을 뿐인데.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수만 있다면.'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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