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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문인들의 예술혼...뮤지컬 '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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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문인들의 예술혼...뮤지컬 '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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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쓸모없다 말하지만 언젠가 우리들이 읽힐 때가 올 거야. 아무리 점령당한 땅이라 해도 예술마저 점령당할 순 없잖아."




    낭만은 사치였고 예술은 저항이던 일제 강점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문학을 놓지 못했던 문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팬레터'가 다시 관객 앞에 섰다. 2016년 초연한 이 작품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 지망생 정세훈은 자신이 동경하는 천재 소설가 김해진에게 '히카루'라는 필명으로 편지를 보내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운다. 해진은 자신을 향한 애정 어린 편지를 읽으며 삶과 창작의 원동력을 얻고, 히카루를 여성으로 착각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세훈은 해진의 커다란 오해를 알면서도 자신의 우상과 계속 교류하고 싶다는 마음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훈의 욕심을 먹고 자란 그의 또 다른 자아 히카루는 해진에게 함께 소설을 쓰자고 제안하고, 해진은 건강도 팽겨치고 집필에 매진한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이상, 김유정 등이 활동한 문인 모임 '구인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실제 역사 속 많은 문인이 폐결핵을 앓았던 것처럼 해진도 같은 병에 걸린 설정이다.

    이야기는 일본식 가옥을 중심에 둔 절제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색색의 조명 변화와 그림자 효과를 제외하고 눈을 휘둥그레할 만한 장치는 없다. 그럼에도 무대가 단조롭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힌 세 사람의 감정선이 안무와 동선, 조명 등으로 빈틈없이 채워져서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함께 써 내려가는 소설은 세 인물이 두 명씩 짝지어 추는 왈츠로 형상화된다. 세훈과 히카루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도 두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지는 연출로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마침내 히카루는 세훈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 해진이 분노에 가득 찬 채 종이를 흩뿌리는 장면은 상처 입은 예술가의 내면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긴다.


    음악은 서정에서 격정으로 흐른다. 1막이 등장인물의 감정을 차분히 쌓아 올리는 서정적인 선율이라면, 2막은 갈등과 진실이 드러나며 극적인 전환을 맞는다.




    '팬레터'라는 단어만 떠올린다면 이 작품을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안에는 더 많은 감정이 흐른다. 그게 무엇이든 끝까지 붙잡고 예술을 이어가고자 했던 문인들의 절박함과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었던 갈등과 용서가 작품을 관통한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해진의 말처럼, 히카루가 누구인지는 그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일제 치하, 문학의 효용에 대한 번뇌로 가득한 그를 책상 앞으로 불러 앉히게 한 힘. 어쩌면 그게 더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팬레터'는 2018년 대만, 2022년 중국, 지난해 일본에서 라이선스 형태로 공연되며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국 공연에서도 중국어·일본어 자막이 제공되고, 외국인 관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어진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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