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29.68

  • 21.06
  • 0.51%
코스닥

919.67

  • 4.47
  • 0.49%
1/4

"직진하는 말 위에서 39년…뒤돌아볼 겨를은 없었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직진하는 말 위에서 39년…뒤돌아볼 겨를은 없었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말의 매력은 직진성이죠. 옆으로 새지 않고, 앞만 보고 똑바로 달리는 그 성향요.”

    한국 경마의 역사를 쓰고 28일 정년퇴직한 박태종 기수(60)의 말이다. 그 역시 1987년 4월 처음 경주로에 나선 이후 38년9개월 동안 늘 직진해왔다. 그는 기수 인생 동안 통산 1만6016회 출전해 2249번 우승했다. 한국 경마 103년 역사상 최대 우승·출전 기록이다. 그런 박 기수를 팬들은 ‘경마대통령’이라고 부른다.


    박 기수는 충북 진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포크레인 및 택시 기사를 꿈꿨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마사회의 공고를 본 친척의 권유로 기수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의 키(150㎝)와 몸무게(47㎏)는 기수에 적합한 조건이었다. 박 기수는 “기수가 되는 순간 내 천직이라고 여겼고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 없다”고 말했다.

    한국 기수(은퇴자 기준)의 평균 활동기간은 11.7년, 출전 횟수는 1783회다. 박 기수의 활동 기간은 평균의 3.3배, 출전 횟수는 약 9배다. 2000년 통산 723승을 달성하며 기존 한국 경마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이후 우승할 때마다 ‘한국 최초’ 기록을 다시 썼다. 그랑프리와 코리안더비 등 대상경주를 총 48회 석권했다. 이처럼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장수한 비결에 대해 박 기수는 규칙적인 생활을 꼽았다.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고, 매일 오후 9시 전에 잠들었다”며 “오전 4시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경주마 조교(훈련)를 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생활을 매일 했다”고 설명했다.


    기수에게는 폐활량, 근력 등 신체적 역량뿐 아니라 정신력도 중요하다. 박 기수의 전성기 기준으로 많으면 하루에 8~9회 경주하고, 바로 결과를 받아들기 때문이다. 예시장(경주 전 경주마를 공개하는 장소) 등에서 실망한 팬들을 만나는 부담이 특히 컸다고 했다. 하지만 중압감을 털어내는 방법이 있었다. 박 기수는 “지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올 기회에서 이기면 된다는 희망을 품고 임하는 태도가 스트레스가 안 쌓이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 기수가 기승하거나 훈련한 말의 수는 지금까지 수만 마리다. 그에게 말은 때로는 자식 같은 동료다. 박 기수는 “자식이 문제 있다고 버릴 수 없듯, 말도 그렇다”며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말과 교감하다 보면 대부분이 바뀐다”고 했다.


    2026년 말의 해를 며칠 앞두고 은퇴한 그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최근 부상만 아니었다면 마지막까지 꾸준히 출전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어요. 앞으로도 말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