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5성급 호텔에서 20대 항공 승무원이 전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3일(현지 시각) 영국 더선에 따르면 지난주 두바이의 보코 보닝턴 호텔에서 러시아 국적의 항공 승무원 아나스타시아(25)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피해자는 호텔 직원에 의해 객실 내부에서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현장에 다량의 혈흔과 함께 피해자의 목과 상체, 팔다리 등에서 최소 15차례 이상의 자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력 용의자인 러시아 국적의 전남편 알베르트 모건(41)을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모건의 범행 동기는 삐뚤어진 집착과 의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항공사 포베다 소속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아나스타시아와 2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한 모건은 이혼 후에도 전 아내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해 왔다. 특히 그는 전 아내가 상류층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하는 이른바 ‘VIP 콜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의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모건은 아나스타시아 몰래 두바이까지 따라간 뒤, 그녀가 묵는 호텔에 투숙객으로 위장해 잠입했다. 이후 호텔 세탁실에서 가운을 몰래 훔쳐 입고 호텔 직원인 척 접근해 피해자의 객실 문을 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건은 초기 조사에서 “원래는 얼굴에 초록색 페인트를 끼얹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 모욕을 줄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실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지자 준비했던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체포된 모건은 러시아 법정에서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입대해 싸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강력범죄자가 군에 입대할 경우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사면해 주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범죄의 잔혹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모건의 참전 요청을 전격 기각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