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평구에서 프랜차이즈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B씨는 알바생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지난달부터 아내를 홀서빙 업무에 투입했다. B씨는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다 보니 알바생 한 명 인건비만 줄여도 4대 보험, 주휴수당, 퇴직금을 합쳐 연 3000만~4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아내를 설득했다”고 했다. 성북구의 한 식당 주인 C씨는 최근 점심 피크 시간 이후 ‘브레이크 타임’을 도입했다. 단 몇 시간만이라도 시급을 아낄 수 있어서다.
일자리 1만개 증발시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뜻하는 ‘카이츠지수’가 35%를 넘는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1년 뒤부터 고용률이 중장기적으로 하락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카이츠지수는 6년 연속 60%를 넘어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한파’를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지난달 발표한 ‘최저임금과 고용’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첫 4개 분기 동안은 고용률에 미치는 효과가 0에 가깝지만, 이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3~4년 차에 역효과가 가장 커진다”고 분석했다. 또 “최저임금 대비 평균임금 비율이 35%를 초과하면 고용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40%를 넘으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용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충격이 가장 커지는 4년 차에 고용률은 약 0.1%포인트 하락한다. IMF는 “인구 100만명인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10% 올리면 1만명분의 고용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한국의 카이츠지수는 60.5%로 고용률에 충격을 주는 기준선인 35%를 크게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9%)은 물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회원국들에게 제시하는 권고치(50%)보다도 높다.
한국의 카이츠지수는 2000년 28.8%에서 2015년까지 48.6%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카이츠지수가 급등한 건 문재인 정부가 2018~2019년 2년간 최저임금을 29% 올리면서다. 2019년 지수(62.7%)는 단숨에 60%를 넘었고, 이듬해 우리나라의 순위는 OECD 4위까지 치솟았다.
카이츠지수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나눈 수치여서 평균임금이 낮아도 높게 나온다. 콜롬비아(92.3%) 코스타리카(87.1%) 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카이츠지수가 높은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근로자 평균 임금은 10년 전 일본을 추월했고, 2022년 OECD 평균의 90%를 넘었다.
평균임금이 높은데 최저임금은 더 빠른 속도로 올랐단 뜻이다. 그만큼 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IMF는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높은 나라에서 추가적인 인상은 오히려 빈곤 완화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고령자 충격 커
카이츠지수가 35%를 넘는 나라에서 고용주들은 인건비를 아끼려 고용 시간(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 요인과 정책 제언’을 통해 임금 근로자 중 초단시간 근로자(4주 평균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의 비율이 2012년 3.7%에서 지난해 8.5%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고용 시간 축소로 인건비 부담에 대응하다보니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시장에 주는 충격은 연령과 성별, 지역에 따라 달랐다. 단시간 노동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젊은 남성은 처음 3~4분기 동안 고용률이 올랐지만 여성과 고령자의 고용상황은 악화됐다.
IMF는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 남성의 구직을 유도하는 동시에 시간제 일자리를 수용하게 만든 결과”라며 “젊은 남성의 단기 고용이 늘어나는 반면 고령층과 여성의 노동 공급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폭으로 인상하면 젊은 여성의 고용률이 두드러지게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청년층이 일자리가 많고, 평균 임금이 높은 부유한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도 관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IMF는 “산업별·지역별·인구집단별 최저임금 차등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IMF의 이번 보고서는 주로 EU 회원국들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하지만 조사대상국이 모두 한국과 같이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국제 비교에 널리 쓰이는 분석 틀과 카이츠지수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상황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영효/곽용희/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