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 인사를 끝내자마자 내년 경영전략 구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진 회장은 임원들에게 “진짜 혁신을 보여달라”고 당부하며 새 먹거리 발굴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두 번째 임기를 앞둔 진 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일류 신한’ 달성을 위해 임원들 정신 재무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다음달 8~10일 모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본부장 이상 임원 250여 명이 참석하는 그룹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진 회장이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뒤 여는 첫 그룹 임원회의다. 신한금융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내년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청사진을 그릴지 논의할 계획이다. 2박3일간 친목 강화 목적의 술자리 한 번 없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회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짜 혁신’이다. 업무 효율성 향상과 고객 편의성 증대 차원을 넘어 최소 10년 이상의 미래를 책임질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방안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진 회장은 회의 일정을 공지하면서 임원들에게 “보여주기식 가짜 혁신을 탈피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보여주자”며 “실행력을 바탕으로 강한 조직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회의 기간에 여는 독서토론에도 이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진 회장은 이번 독서토론에서 다룰 책으로 SK하이닉스 전직 임원들이 쓴 <신뢰 게임>을 선정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만년 2위인 SK하이닉스가 어떻게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났는지를 다룬 책으로 CEO를 비롯한 리더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뢰가 구성원들의 자발적 혁신과 몰입을 이끌어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 회장은 평소 손익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같은 신념을 나타내는 일류 신한으로 거듭나려면 신뢰 형성이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지난 4일에도 “신뢰받는 기업만이 오래 간다”며 “앞으로 3년도 신뢰를 가장 큰 철학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앨리스’도 이번 독서토론에서 다룬다. 주인공인 앨리스가 만난 붉은 여왕이 사는 곳은 가만히 있어도 주위 풍경이 움직이는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서 ‘혁신 없이는 뒤처진다’는 위기감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월 지주와 은행에 AI 전환 조직을 꾸린 데 이어 이달 23일에는 은행에 신규 먹거리 발굴을 전담하는 미래혁신그룹을 신설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