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8일 쿠팡에서 3370만 고객 계정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해당 사태에 대한 쿠팡의 대응이 국민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대표이사는 도중에 사퇴하고 외국인 대표이사가 대신 선임돼 국회에서 동문서답을 해 주목을 받았다. 국회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글로벌 CEO로서 바쁜 일정상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고 있다. 아직 쿠팡의 책임 있는 입장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으며 이에 대한 정치권의 강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쿠팡의 매출액은 41조3000억원으로 259조4000원 규모의 온라인쇼핑 판매액에서 22.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가 20.7%로 그 뒤를 잇는다. 쿠팡과 네이버의 매출액 차이가 크지 않지만 중개 플랫폼에 불과한 네이버와 달리 쿠팡의 매출액은 대부분 상품을 직접 구매하여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직접 구매하고 배송하는 쿠팡과 네이버를 직접적인 경쟁자로 볼 수 없다는 측면도 있다.
쿠팡의 성장은 그동안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에 엄청난 투자를 해 경쟁자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 원인이다. 쿠팡의 물류혁신이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에 기여한 것은 인정한다. 초스피드 새벽배송으로 소비자들이 하루 만에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강력한 경쟁력이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면서 납품업체와 소비자 양쪽에서 강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 들어 정부는 기업의 위법 활동에 대한 강력한 처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쿠팡 사태에 따른 제재 방법으로 과징금 부과, 고발, 영업정지 명령,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제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지금 거론되고 있는 제재들이 현재 법령과 과거 제재 사례들로 볼 때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과 같은 소비자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반복적인 불법행위, 그리고 피해 규모가 매우 클 때 등의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조치이다. 그러나 영업정지를 내릴 때에는 1000만이 넘는 쿠팡 이용고객, 수십만의 종사자와 납품 및 입점 업체들이 받을 피해도 고려해야 하기에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징금 상한은 매출액의 최대 3% 수준이지만 심판 과정에서 여러 감경 사유가 받아들여지면 실질 부과율이 낮아지게 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현재 법령으로 고의 또는 중과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및 오남용, 은폐 및 허위해명과 재발 방지조치 미흡 등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이번 사태에 대해 충분히 책임지는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정부는 기존의 법령에서 비록 제한적이더라도 쿠팡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향후 유사 사태에 대비한 법령 정비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쿠팡의 배짱은 앞에서 언급했듯 강도 높은 법적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과 이미 쿠팡에 구조적으로 락인(Lock-in)되어 있는 고객들의 이탈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정치계의 압박이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쿠팡 최고책임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응 자세에 대해선 공정위가 매년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기업집단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동일인 지정에서 김범석 개인이 아닌 법인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동일인 지정은 총수 개인의 법적·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목적도 있는데 이를 피해 갈 수 있게 되면 사회적·법적 책임은 등한시할 수 있는 문제가 나타난다. 공정위는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 재검토를 통해 개인 동일인 지정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중요한 정보 유통 사태에 대한 대응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