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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입짧은햇님도? 한물간 듯했던 ‘나비약’ 논란, 왜 현재진행형인가[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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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입짧은햇님도? 한물간 듯했던 ‘나비약’ 논란, 왜 현재진행형인가[비즈니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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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박나래와 전 매니저 간 갈등이 어느새 불법 의료 및 마약류 의약품 판매 등 사회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특히 위고비 등장 이후 잠잠한 듯했던 마약류 다이어트 치료제 ‘나비약’의 불법 유통이 여전한 것에 대해 사회적 충격은 만만치 않다.

    알약의 모양을 따 ‘나비약’ 등으로 불리는 경구용 비만약은 수년간 오남용 행위가 만연해 2021년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룰 정도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마약류에 속해 부작용이 많았지만 그만큼 효능이 뚜렷한 대체재가 없어 기존에 비만약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를 비롯한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피하주사제는 체중감량 효과가 더 좋은 반면, 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지 않으므로 부작용은 적다. 이로 인해 GLP-1계열 주사제는 돌풍을 일으키며 비만약 시장을 급격히 잠식했다.

    그런데 최근 전 매니저가 공개한 사진 속 박나래의 약봉지 안에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아직도 같은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많으며 오남용 사례도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치료제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주사제 특성상 심리적 장벽도 높은 편이다. 이와 달리 저렴하고 보관이 까다롭지 않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찾는 ‘어둠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교감신경계 작용하는 마약류

    대표적인 마약류 식욕억제제 성분으로는 펜터민(펜터민염산염)과 펜디메트라진(펜디메트라진타르타르산염)이 있다. 이들 성분은 뇌 시상하부 식욕중추에서 신경전달물질(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증가시켜 배고픔을 덜 느끼거나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한편, 교감신경계에 작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들 약물은 각성제인 암페타민, ‘필로폰’으로 널리 알려진 메스암페타민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약물이다. 그만큼 부작용이 따른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분비에 영향을 끼쳐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각성 효과로 인한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증상부터 드물게는 고혈압 등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펜터민은 의사가 처방하더라도 사용이 매우 제한되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한다.


    실제 다이어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수면장애를 겪거나 감정기복, 심하게는 정신착란까지 경험하며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시글이 많다. ‘그알’에서는 착란증세를 겪다 아파트에 방화를 한 사례도 등장한 바 있다. 내성이나 의존성 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약을 끊었을 때 발생하는 ‘요요현상’이나 ‘우울감’ 때문이다.

    이로 인해 펜터민은 ‘비만환자에게 체중감량의 보조요법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식욕억제제’로 쓰이도록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BMI(체질량지수) 30kg/m²이거나 BMI 27kg/m² 이상이면서 비만으로 인한 대사·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에 한해 처방하며 식사·운동치료와 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펜터민 성분인 디에타민의 경우 하루 한 알씩(디에타민 기준 37.5mg) 복용하며 한 번에 28일(4주), 최장 12주까지만 연속 처방할 수 있다. 즉 정해진 용량만 단기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값싸고 편리…오남용 심해

    그러나 펜터민은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박나래 전 매니저는 일명 ‘주사이모’와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는데 해당 대화에는 “햇님이는 (약을) 3번 먹는다. 심하게 먹는 날에는 4번도 먹는다”는 발언이 등장한다.

    이로 인해 박나래뿐 아니라 유명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도 같은 식욕억제제를 용법 이상으로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입짧은햇님은 주사이모에 대해 “강남 병원에서 만나 의사라고 생각했다”며 해명한 상태다.


    소위 ‘다이어트 성지’를 비롯한 일부 병의원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식욕억제제는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비만에 속하지 않은 환자에게 정해진 용량 이상 처방하는 경우도 흔하며 청소년 등 일반인이 대리처방, 처방약 재판매 등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도 많다. 이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받을 수 있다.

    체중감량 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됐지만 이들 식욕억제제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수 및 처방량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1억838만94정에 달했다.


    이는 2023년과 2024년 한 해 동안 각각 2억2699만7378정, 2억1923만6691정으로 매년 2억 정 이상이 처방된 것을 고려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가 아니다. 처방받은 환자 수는 2024년 110만905명에서 2025년 상반기 82만8669명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 집계한 환자 수만 전년 전체 환자 수의 71.7%에 이른 셈이다. 마약류 오남용 방지 조치 기준을 위반해 행정 처분이 의뢰된 의사도 11명에 달했다.

    그 원인으로는 최근 비만약 신제품 등장과 소위 ‘뼈마름’의 유행 등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점과 식욕억제제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GLP-1계열 비만치료제의 체중감량 효과는 15~20% 선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체중감량 효과(5~10%)보다 높다. 빈발하는 부작용도 메스꺼움, 구토, 설사, 우울감 등으로 덜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위고비 1펜(4주분) 가격은 40만~60만원 선으로 다이어트약의 주 소비층인 10~20대 여성들에게는 비싼 편이라는 설명이다. 비만치료제는 국내에서 비급여 의약품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알약 형태인 디에타민 1상자(30정) 가격은 4만~5만원대이다.

    또 저용량 제품부터 서서히 용량을 늘려 처방하는 위고비보다 단기에 효과를 보기 쉽고 냉장보관 등이 필요하지 않아 보관·유통이 편하다.
    ‘먹는 위고비’ 게임체인저 될까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는 “올초 비만학회에서 자체 설문을 진행한 결과 여전히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 처방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므로 동반 질환이 우려되는 비만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되면 문제가 없으나 가격이 위고비보다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아 10~20대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먹는 위고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또한번 비만약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의 야심작 ‘먹는 위고비’(세마글루티드 25mg, 상품명 리벨서스)는 임상 결과 최대 16.6%까지 체중감량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초 시장에 나올 이 약의 출고가는 월 149달러 수준으로 같은 성분의 주사제 대비 저렴하고 편의성도 갖췄다. 기존 위고비 주사제의 미국 출고가는 1000달러가 넘는다.

    이 또한 다른 비만약과 마찬가지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심혈관 질환 등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여러 연예인을 통해 ‘다이어트 주사제’로 유명세를 탄 것처럼 미용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위고비 경쟁작인 마운자로를 탄생시킨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도 경구용 제품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펩타이드 계열 비만약 시장이 기존 식욕억제제 수요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주사제와 향정신성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던 미충족 수요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약은 환자들의 편의성과 심리적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경구용 제품 출시로 인해 GLP-1계열 비만 치료제가 본격 대중화할 것”이라며 “다만 기존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대체하면서도 여전히 편의성이 높은데 따른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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