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경기 둔화, 취업시장 위축 등의 영향이다. 인공지능(AI) 확산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마저 더하게 만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관계와 일, 소비에서 ‘확장’보다 ‘조정’을 택했다. 덜 움직이고, 덜 쌓으며,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했다. 올해의 MZ 트렌드는 성장보다 불안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안 나가고, 안 마신다
#JOMO글로벌 Z세대 사이에서 ‘놓치는 것의 기쁨’을 뜻하는 JOMO(Joy Of Missing Out)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전 세대가 모임과 유행에서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면(FOMO), Z세대는 혼자만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
시간·비용·감정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일정과 관계, 밤 문화 전반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태도다. 옥스퍼드대 심리학 교수 찰스 스펜스 연구팀이 5개국 1만1842명을 조사한 결과 Z세대의 34%는 사교 모임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답했다.
#쥐인간
중국에서는 ‘쥐인간(老鼠人)’ 트렌드가 확산했다. 야외활동을 거부하고 종일 집에 머물며 사교 활동을 회피하는 은둔형 생활방식으로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20억 회를 넘어섰다.
#할머니 시대
틱톡의 ‘할머니 시대(Grandma Era)’ 역시 같은 흐름이다. 뜨개질, 베이킹 등 집 중심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관련 해시태그는 2000만 회 이상 사용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공식 관광청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성인의 야외활동 시간은 평균 49분에 불과했고 이 중 24%는 출퇴근 시간이었다.
사다리는 무너졌다
#니트족불안은 커리어와 자산 형성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젊은층의 약 20%가 니트족에 해당했다. 미국에서는 젊은 성인의 약 11.2%, 영국에서는 약 300만 명의 Z세대가 경제 비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학위가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노동시장 진입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흐름이 강화됐다. 미국 포천지는 지난 2월 “Z세대 졸업생들은 학위가 더 이상 취업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인식하며 노동시장 진입 전부터 경력 단절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노동이 가정 내부로 이동하는 형태도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살며 가사·돌봄을 전담하는 이른바 ‘허브-선즈(Hub-Sons·남편 아들)’다. 올해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8~34세 성인 3명 중 1명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해당 연령대 자녀를 둔 부모의 59%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인 투자
투자에서는 ‘올인’이 나타났다. FINRA와 CFA연구소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Z세대 투자자의 약 19%가 암호화폐 외 다른 투자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 속에서 단기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쏠리는 현상은 즉시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투자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프라이빗 스태프
일자리 선택도 재편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Z세대가 사무직 대신 억만장자의 보모·개인비서·프라이빗 셰프 등 ‘프라이빗 스태프’ 직군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보모는 15만 달러 연봉과 함께 의료보험, 전용기 이동 등의 혜택을 받는다.

<국내>
몸부터 챙긴다
#러닝국내 MZ세대는 큼지막한 소비를 줄이고 자기 관리나 작은 취향 소비에 집중했다. 건강 활동과 소비도 확대됐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 2022년 27%, 2023년 32%로 꾸준히 상승했다. 올해는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조사도 있다.
웨어러블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웨어러블 기업 가민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9969보로 글로벌 평균(8000보)을 크게 웃돌았고 야외 러닝 활동은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이너뷰티(웰에이징)
식습관에서도 관리형 소비가 늘었다.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섞어 마시는 ‘올레샷’ 유행과 맞물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하트렌드 기준 지난 8월 ‘올리브유’ 검색량은 31만 건으로 전년 대비 20%,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했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냉압착 올리브유’ 검색도 급증했다.
이 현상은 건강한 식단,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개념인 ‘웰에이징(Well-aging)’과 맞닿아 있다. 엠브레인의 조사에서 20~30대의 저속노화 관심 및 투자 의향은 80%를 넘었다.
#PPP #취발러
필라테스와 발레를 중심으로 한 ‘예쁜 운동’ 문화가 확산하며 PPP(핑크 필라테스 프린세스)가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웰빙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취발러(취미로 발레를 하는 사람들) 수가 늘면서 관련 상품 매출도 늘고 있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11월 발레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최대 32배 급증했고 ‘발레’ 검색량은 약 1만2000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발레 검색 고객의 약 80%는 2030세대였다.
즉시만족 소비
#라부부올해 작고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소비가 빠르게 확산했다. 공통점은 SNS를 통해 단기간에 인기를 끌고 곧바로 오프라인 구매와 리셀 시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여름 중국 캐릭터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 등 유명인들의 착용 사진을 계기로 화제가 됐고 오픈런·모조품 확산까지 동반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일부 라부부 키링은 발매가 약 2만원에서 약 70만원까지 치솟았다. ‘블라인드 박스’와 ‘한정판 마케팅’ 방식으로 희소성을 부여해 소비 과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물량 확대와 잦은 노출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며 리셀가 급락으로 ‘재테크 가치’까지 흔들리며 이탈이 나타났다.
#다마고치
레트로 감성도 ‘즉시 만족’과 결합했다. 1990년대 장난감 ‘다마고치’는 7월 발매된 37번째 시리즈를 계기로 재유행했고 10~20대가 SNS에서 캐릭터를 자랑하고 기기를 꾸며 인증하는 문화가 확산했다. 일부 모델은 정가의 10배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됐고 반다이남코 국내 연매출은 10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바이 쫀득 쿠키
푸드 트렌드에서는 ‘두바이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SNS 먹방과 유명인의 언급을 계기로 유행이 확산했다. 블랙키위에 따르면 12월 예상 검색량은 142만 건으로 전월 대비 251% 증가했다. 개당 5000~1만원대 가격에도 품절이 이어졌고 배달 플랫폼에서도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GS25·CU가 관련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유통 업계도 즉각 반응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