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을 굽는 시간, 2026 겨울공주 군밤축제
‘타닥타닥’ 알밤이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공주의 겨울이 시작된다. 공주는 전국 최대 알밤 산지로 꼽힌다. 금강 유역의 비옥하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과 일교차가 큰 내륙성 기후에서 자라 맛이 깊다.시간을 들여 여문 알밤은 단단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는 기본, 오래 구울수록 단맛이 또렷하게 살아난다. 예로부터 밤 재배가 활발했던 지역답게 생산부터 선별, 유통까지 체계가 잘 갖춰져 공주 어디서든 품질 좋은 알밤을 만날 수 있다.

밤이 일상이자 생업인 이 도시에서 매년 겨울 사람들을 불 앞으로 불러 모으는 축제가 생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겨울공주 군밤축제는 알밤을 직접 굽고 맛보며 공주의 겨울을 오감으로 풀어낸다.
축제장에는 지름 2m에 달하는 대형화로가 놓인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저마다 알밤을 굽는 데 여념이 없다. 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은 군밤을 봉지에 담아 나누는 따스한 풍경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관람객이 닭꼬치와 간식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그릴존, 공주 알밤을 소재로 한 만들기 체험 등도 함께 마련된다.

미르섬 일대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겨울공주 눈꽃왕국’으로 꾸며진다. 눈 놀이터와 회전 썰매, 이글루, 눈사람 만들기 등 체험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공주 댕댕왕국’도 운영한다.
2026 겨울공주 군밤축제
2.4(수)~8(일)
충남 공주시 금벽로 368, 금강신관공원 및 미르섬 일원
알밤으로 완성되는 공주의 맛

공주알밤한우
공주의 겨울 식탁은 알밤으로 완성된다. 가을의 보석을 먹고 자란 공주알밤한우가 대표적이다. 타닌 성분이 함유된 율피(밤 껍질)를 먹여 키워 육질이 곱고 잡내가 적다. 주로 구이로 즐기지만, 육회 또한 별미다. 신선한 육회 위에 알밤을 곱게 다져 올려 담백한 맛 위로 은은한 단맛이 겹친다.

공주알밤막걸리
입가심으로는 알밤 막걸리가 잘 어울린다. 알밤 특유의 부드러운 풍미가 막걸리의 산미를 감싸 목 넘김이 한결 편안하다. 미식의 여운을 집으로 이어가고 싶다면 공주알밤센터에 들러보자. 알밤막걸리를 비롯해 수제밤요거트, 밤흑밀찹쌀떡, 밤두부 등 다양한 밤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밤파이
공주 빵지순례 코스 중 하나인 베이커리 밤마을. 밤파이 하나로 전국구 디저트 맛집으로 떠올랐다. 바삭한 파이 속에 앙금이 듬뿍 들어 있는데, 많이 달지 않아 자꾸 손이 간다. 베이커리 밤마을을 중심으로 공산성 일대에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디저트집이 모여있어 달콤한 밤 디저트 투어를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숲에 머무는 하루

주미산은 공주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산이다. 해발 372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에 이름이 남아있을 만큼 역사는 깊다. 이 산자락에 공주산림휴양마을이 들어섰다. 도심과 가깝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맑고 쾌청한 공기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숙박시설은 크게 숲속의 집 14실과 산림문화휴양관 6실, 야영장 20개소로 나뉜다. 겨울철에도 평일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숲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편백나무 족욕, 숲 해설 프로그램, 40여 종의 목재 소품 만들기 체험 등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사계절 썰매장과 자생식물원 등 부대시설까지 갖춰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휴양마을 인근에는 함께 둘러보기 좋은 금학생태공원이 자리한다. 습지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싱그러운 자연의 품에서 느긋하게 걷기 좋은 공간이다.

후루룩, 속을 다독이는 한 그릇

공주 짬뽕
공주를 이야기하며 짬뽕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3대 짬뽕집이 공주에 있다고 소문났으니 말 다 했다. 동해원, 진흥각, 청운식당, 장순루, 신관짬뽕…. 몇십 년간 사랑받아 온 집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속 시원한 해산물 짬뽕부터 깊은 육수의 고기 짬뽕까지, 가게마다 개성도 분명해 공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꼽는 ‘최애’ 짬뽕집이 있다.
대부분 짬뽕과 짜장 위주의 단출한 메뉴를 고수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한 그릇에 집중해 온 주인장의 자신감이라 할 수 있겠다.

공주 칼국수
전국 어느 지역에 가도 '공주 칼국수'란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공주는 칼국수의 성지로 꼽힌다. 공주의 칼국수는 화려하지 않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은 더없이 맑고, 그날그날 뽑아낸 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워 부담 없이 넘어간다. 여기에 칼칼한 김치 한 점을 얹으면 감칠맛이 한층 살아난다. 1만 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 역시 매력적이다.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