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개정은 국회 전문성 약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이라도 재개정이 필요합니다.”(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관련 후속 조치를 평가하는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법안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할 때 각계 의견 수렴이 미비했다 보니, 법안·시행령에 불분명한 조항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 이들 지적이다.
국회노동포럼이 23일 개최한 ‘노란봉투법 후속조치 입법예고안 의견청취 전문가 심포지엄’에서 이 교수는 “개정 노조법 2조(사용자 대상 확대)에 삽입된 ‘이 경우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라는 문구 때문에 노조법상 사용자의 정의는 원·하청 관계만을 담는 부자연스러운 해석을 낳게 됐다”며 “특수 형태 근로자 등 위임 계약 형태는 포함되지 못했는데 제정 당시에 그렇게 바빴나”라고 비판했다. 신중한 문구 삽입으로 법의 정합성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했다는 취지다.
같은 조항 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라는 문구 역시 추상적인 개념이라, 단체교섭 절차를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무 차원에서 실현 불가능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랐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특히 사용자성 유무 판단 기한(20일)은 너무나 짧다”고 말했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립도 이어졌다. 지난달 발표된 고용노동부 시행령의 교섭단위 관련 항목에 양측 모두 불만을 표하면서다. 시행령에선 교섭창구 단일화란 기존의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하는 중립적 방안이 제시됐다. 원·하청 노조 모두가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현장 혼란을 줄이면서도 교섭 강화 등 개정 노조법의 취지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에 대해 권두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이 노동부의 분리결정 효력을 잘 인정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실상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방안”이라며 하청 노조는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분리 기준에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 고려까지 담겼는데 이런 것들이 원청 단위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원·하청 노조가 모두 단일화 대상에 포함된 것은 환영하지만, 자칫 노조끼리 갈등으로 원청이 교섭 창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비판이다.
입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부는 시행령 수정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현재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노동계·법학계 등에서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토론 내용이 최종 시행령에 충실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은 내달 5일까지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