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유출’ 사고와 관련해 최대 10조원 규모의 과징·배상금을 물어내야 하는 데다 성장 정체와 조직 효율화라는 난제에 직면해서다.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신임 사령탑에 오른 정재헌 사장(사진)은 비대해진 조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재구성할지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19년 정보기술(IT) 인력 투자 명목으로 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몸집을 키웠다. 2018년까지 4000명대 후반이던 국내 총임직원은 2023년 5500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53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6년 만에 15%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인공지능(AI) 적용이 확산하자 기존 IT 인력이 거꾸로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하고 싶은 회사’라는 회사 이미지에 대해서도 정 사장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충원 과정과 겹쳐 창의성과 방만함의 경계가 흐릿해졌다는 것이다.
정 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보안 사고 뒷수습을 어떻게 하는지다. SK텔레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보안 사고 수습과 관련해 ‘신중’을 원칙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가입자 3998명에게 1인당 30만원을 배상하라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대해 지난달 20일 ‘수용 불가’ 결론을 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가 “신청인 58명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결정에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정부의 과징금 부과 결정과 관련해 SK텔레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 경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조정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분쟁 조정안과 관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사소송에서 패한다면 SK텔레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