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에 있는 한 식당의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채용하고자 여러 고민을 한다. 몇 명 뽑을지, 어떤 시간과 업무 단위로 사람을 뽑을지, 아르바이트생에게 어느 정도의 급여를 줄지 등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과 결정 끝에 사람을 채용하고, 각 직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직원을 질책하고, 업무가 늘어나면 새로 사람을 뽑을지, 아니면 다른 직원에게 일을 더 부여하고 대신 급여를 올려줄지를 고민한다. 손님이 많으면 식당을 확장할 수도 있고, 2호점을 내기도 하며, 반대로 손님이 적으면 식당을 축소하고 영업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소위 ‘경영권’이라고 하면 대기업과 같이 현실적으로 강력한 영향력과 권한을 가진 기업의 운영에 관한 권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 주변의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도 자신의 사업체를 자유롭게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의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사장님의 권리는 모두 ‘경영권’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보장된다.
대법원은 ‘경영권’이란 “기업이 선택한 사업 또는 영업을 자유롭게 경영하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가지고, 사업 또는 영업을 변경(확장, 축소, 전환)하거나 처분(폐지, 양도)할 수 있는 자유”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그 헌법적 근거로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23조 재산권, 제119조 경제질서 조항 등을 제시한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도7225 판결). 이와 같이 경영권은 헌법상 다른 기본권들을 바탕으로 사업주에게 인정되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이는 노동자에게 보장되는 노동3권과 함께 사용자와 근로자(혹은 노동조합)가 동등한 지위에서 대립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균형 있고 조화로운 노사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적 토대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상 기본권으로서의 경영권은, 단지 헌법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노동시장은 근로자와 비교해 사용자가 더 강한 교섭력을 가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므로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로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및 제3조(이하 ‘노란봉투법’) 개정 및 이후 고용노동부의 동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설명을 보면, 노란봉투법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정부는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특히 단체교섭권)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기업과 사용자의 경영권에 대한 보호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노란봉투법 내용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i) 직접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소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업주(원청)가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여 단체교섭 의무를 부여하고, (ii) 교섭 대상이 되는 노동쟁의 대상 또한 기존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불일치’ 외에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교섭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원청과 하청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불확정적 개념을 근거로 교섭의무를 부여한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라도,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별 의사에 따라 형성되는 “근로자의 지위”를 노동조합과의 집단접 교섭 의제로 인정한 것이나, 단순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례가 의무적 교섭대상에서 제외하던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교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제한하는 법률 규정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5. 11. 24.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였는데, 그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설명을 살펴보면 (i) 하청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 그 교섭단위는 ‘원청’의 사업(장)을 기준으로 하고, (ii)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진행하되, 하청노조의 교섭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 제도를 활용하되, (iii)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고, 하청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에서는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사이에 합의한 사항을 최대한 존중하여 반영하고,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겠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고용노동부 설명과 관련하여, “원청 사용자”가 큰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은 차치하고, 과연 “하청 사업주”의 경영권에 대한 고려가 이 제도 안에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근로조건이 확정되어야 하는 하청 근로자와 직접 고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하청 사업주”이고, 나아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나 불법파견이 인정되는 것이 아닌 이상 해당 근로자들에 대한 1차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하청 사업주”이며, 그러한 근로조건 결정에 따른 인건비로 인해 경영상 영향을 직접 받는 것 또한 “하청 사업주”이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직접 고용 관계를 체결한 사용자가 “하청 사업주”인 이상, 임금 등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있어 “하청 사업주”의 경영권 및 인사권 또한 보호되어야 하는 중요한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하청 근로자들의 교섭과 관련하여 그 기본 단위를 원청 사업(장)으로 하여 교섭창구단일화를 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동조합 사이의 의사 합치만으로 교섭 여부 및 그 교섭 대상까지도 확대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즉, 실질적 지배력이 하청 사용자에게 있는 분야까지도 아무런 권한이 없는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조합과 언제든지 교섭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에 교섭이 결정되면, 하청 사용자의 경영권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과연 하청 사용자는 경영권을 독자적으로 가질 수는 있는가"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교섭의 원칙은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균형을 맞추고, 그 균형 내에서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조율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란봉투법과 같이 다수 당사자의 교섭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그 이해관계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며, 어느 일방의 기본권이 배제되거나 제한되는 방식의 교섭은 그 자체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 보호와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특히 하청 사용자의 권리와 입장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양주열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