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경기 용인에 있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전용 단지 ‘NRD-K’와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이 있는 경기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력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력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미래 반도체산업을 삼성이 주도하자고 주문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몇 개월 사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최첨단 파운드리 등 첨단 AI 반도체에서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의 기술 경영 드라이브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내년 HBM 판매량을 2.5배 이상 늘려 SK하이닉스에 내준 ‘메모리 1위’ 타이틀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반도체 경영진과 미래 전략 논의
이 회장은 이날 용인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오전엔 NRD-K를 방문해 차세대 R&D 시설 현황, 차세대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술 경쟁력을 살펴봤다. 오후엔 삼성전자 핵심 반도체 제품의 ‘마더팩토리’ 역할을 하는 화성캠퍼스를 찾아 디지털 트윈, 로봇 등에 적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과 AI 기술 활용 현황을 점검했다.이 회장은 화성캠퍼스에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의 전략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선 글로벌 첨단 반도체산업 트렌드와 미래 전략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 미래 R&D 심장 NRD-K
반도체업계에선 이 회장이 이달 중순 미국 출장 이후 첫 국내 현장경영으로 NRD-K를 택한 것에 주목했다. NRD-K는 삼성전자가 미래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해 건설 중인 10만9000㎡ 규모 최첨단 복합 R&D 단지다. 2030년까지 20조원이 여기에 투입된다. 이 회장이 투자를 결정했고, 2022년 8월 기공식과 2023년 10월 건설 현장에 방문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이 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등과 만나 차세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NRD-K에선 이 회장이 빅테크 CEO들과 논의한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1㎚(나노미터)대 파운드리, 차세대 맞춤형 HBM, 3차원(3D) D램, 본딩 낸드플래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장이 디지털 트윈, 로봇 등 반도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기술을 점검한 것도 업계의 이목을 끈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 장비, 작업 공정 등을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구현한 모델로, 현장에 가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실시간 운영 분석·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으로 공정 개발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불량률을 개선하고 생산라인 운영을 효율화할 계획이다.
◇ 삼성 HBM4 주요 빅테크가 채택
업계에선 이 회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 HBM(HBM3) 등 초기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줬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근원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5세대 HBM(HBM3E)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납품이 성사돼 올 3분기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1.8배 이상 늘어났다.6세대 HBM(HBM4)에선 역전을 노린다. 이미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건넸다. 주요 고객의 품질과 특성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잃어버린 HBM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다이부터 HBM 생산, 최첨단 패키징까지 전 공정을 한꺼번에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고객사 맞춤형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아마존 등 빅테크는 삼성전자의 실력을 높이 사 삼성 HBM4를 상당수 채택했다”며 “맞춤형 HBM 개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