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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블록펀딩,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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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블록펀딩,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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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총장으로서 국내외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초빙하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함께 부담을 동반한다. 뛰어난 연구 성과와 잠재력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오시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건네고 싶다.

    그러나 실제 협의 자리에 앉으면 현실적인 제약이 먼저 떠오른다. 연구실 공간은 충분한지, 초기 장비와 인력 지원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지, 연구가 중간에 끊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볼수록 말은 조심스러워진다. 통 크게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오랫동안 등록금이 동결돼온 대학 입장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여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지내던 차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한 ‘기초연구 생태계 육성 방안’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있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인력·시설·행정 등 연구 기반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성과 기반 블록펀딩’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구는 대학의 역할, 특히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동안 연구 지원은 주로 개별 연구자와 개별 과제 중심이었다. 연구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지만, 대학이 연구 분야와 환경 전반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연구 주제는 단기성과 위주로 제안되고, 연구인력은 과제 단위로 흩어지고, 연구 장비와 공간은 쪼개졌으며, 연구를 뒷받침할 행정과 지원 시스템은 늘 후순위에 머물렀다.


    대학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뛰어난 연구자를 초빙하면서도 “연구비는 과제로 해결해 달라”는 말을 덧붙여야 했고, 박사후 연구원과 연구전담인력은 과제 종료 시점마다 고용 불안을 반복적으로 겪어야 했다. 대학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연구 인프라 투자 역시 대학 재정 여건상 지원하기 어려웠다.

    이런 구조 속에서 성과 기반 블록펀딩은 단순한 연구비 지원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대학의 역할을 ‘연구비 관리자’에서 ‘연구 설계자’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연구중심대학 육성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담대한 연구 주제에 도전해 연구 자원을 배분하고, 인력과 인프라를 중장기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연구 환경과 연구자의 사기는 분명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함께 따라야 한다. 단기 지표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중장기 연구 역량과 질적 성장을 평가하는 기준, 그리고 대학 스스로의 거버넌스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대학은 단기 성과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전환과 대학의 책임 있는 혁신 의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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