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동시장이 AI발 노동시장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기술 역량에 따른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동시에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자동화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AI 프리미엄'으로 임금 격차 확대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은 국제노동브리프에서 '미국 : AI 도입 가속화와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내 AI 사용 빈도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5년 9월 퓨 리서치 센터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노동자의 21%가 업무 일부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불과 1년 전(16%)과 비교해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50세 미만의 고학력 노동자층에서 활용도가 가장 높았다. 갤럽(Gallup)이 올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1년에 여러 번 AI를 직무에 활용하는 비율이 2023년 21%에서 2025년 40%로 2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급증했고. 매일 활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4%에서 8%로 늘어났다. 특히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기술 (50%), 전문 서비스(34%), 금융(32%) 순으로 나타났다.
일상에 자리 잡은 AI 기술 역량은 이제 노동자의 몸값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실제로 노동시장 분석 플랫폼 라이트 캐스트(Lightcast)가 10억건 이상의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그렇지 않은 일자리에 비해 평균 28%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AI 숙련도에 따른 소득 불평등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빅테크의 인력 구조조정과 '고용 회피'
기업들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한편, 기존 인력을 감축하거나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지난 11월 생성형 AI 도입을 통한 효율화를 이유로 기업 직군에서 약 1만 4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또 미국 현지 언론이 밝힌 내부 문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자동화를 통해 2027년까지 약 16만 명의 신규 고용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자동화율을 7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월마트(Walmart)의 CEO 더그 맥밀런도 "AI가 문자 그대로 모든 일자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매장 및 물류센터 업무조차 AI로 대체되거나 보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3월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AI 영향권에 있는 주요 직업군의 고용변화(2023~2033년)'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주요 직업군이 겪게 될 고용 변화를 보여준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전체 직업군의 평균 고용 증가율은 약 4% 정도로 예상되지만, 개별 직군별로 고용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AI 기술을 직접 구현하거나 이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직군인 소프트 웨어 개발자(17.9%)나 개인 재무 상담사(17.1%), 데이터베이스 설계사(10.8%)는 고용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정형화된 데이터 분석이나 평가 업무 비중이 높은 보험감정사 (-9.2%), 손해사정사(-4.4%), 신용분석가(-3.9%)는 AI와 자동화로 인해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수의 기술 개발자와 투자자가 이익을 독식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일자리 상실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고학력 및 전문직 노동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임금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층이나 반복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노동자는 채용 기피나 AI 대체 등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